내 회로 새로고침
‘합법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읽는 스마트폰이 우리의 생각을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만든다.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익숙한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
➊ 관심 있어도 관심 없는 척하라
잠들기 전, 무심코 검색해본 티셔츠가 인스타그램 피드를 넘기는 중간중간 뜬다. 인플루언서의 브이로그를 보다 ‘어머 이거 사볼까!’ 하는 충동이 일어 딱 한 번 검색했을 뿐인데, 자꾸 눈에 보이니 격렬히 갖고 싶어진다. 결국 ‘구매’ 버튼을 누른다. 알고리즘은 통장 잔고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었어도 반복적으로 보다 보면 충동구매를 하게 된다. 차라리 눈에 안 띄었다면 까맣게 잊었을 텐데 말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제품 광고를 적당한 횟수로 반복해 보여주면 구매 의사를 20~50%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그간의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관심 있을 만한 상품을 추천해 구매를 부추긴다. 지금도 틈틈이 쇼핑 관련 알림이 오지 않는가? 할인 쿠폰을 받기 위해 설정해둔 푸시 알림을 주기적으로 끄자.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막을 수 있게끔 구매 전 반나절 이상 고민해보기로 한다. 반복적으로 인스타그램 피드에 뜨는 광고에는 ‘관심 없음’을 눌러주는 습관도 들이자.
➋ 새로운 앱을 탐험하라
스마트폰이 초기화된다면 무엇부터 할 것인가? 아마 평소 주로 사용하는 앱부터 설치할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록 알고리즘은 더욱 정교하게 익숙한 것들만 추천한다. 새로운 앱을 탐험해보자. 낯선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앞에 놓인 수많은 문 중 한 번도 열지 않은 문을 열어야 한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앱을 설치해 활용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과정을 통해 스마트폰에는 새로운 데이터가 쌓이고, 알고리즘의 추천도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기왕이면 창작에 도움을 주는 앱도 적극적으로 탐험해보기를 추천한다. 디자인, 영상 편집, 작곡, 글쓰기, 사진 편집 등 창작 능력을 끌어올려주는 생산성 앱이 무궁무진하다. 스마트폰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에게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다.
❸ 위치 기반 추천에 의존하지 말라
친구들과 만나 ‘이제 뭐 하지?’ 고민하다 보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지도 앱을 연다. 주위에 갈 만한 장소, 가볼 만한 카페, 평점 높은 맛집 등을 매의 눈으로 살핀다. 평소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추천해 저장해놓은 곳도 떠올려본다.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평점이나 댓글, 리뷰를 꼼꼼히 확인한 뒤 나름대로 검증한 장소로 향한다. 가끔은 지도 앱 없이 발길 가는 대로 떠나보자. 피드에 뜨는 추천 맛집이 아닌 내 감각이 이끄는 곳으로 향해보자. 위치 기반 추천을 끄고 우연히 마주하는 곳에 들어가는 것이다. 자신의 감각을 믿고 새로운 안테나를 뻗어보자. 타인의 평점이 곧 나의 평점은 아니니 말이다. 그 과정에서 정말 별로인 장소를 만날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여행의 묘미다. 누군가의 기준으로 필터링해놓은 장소를 찾아가는 대신 나만의 지도를 그려보자.
➍ 주기적으로 낯선 단어를 검색하라
손가락을 까딱하면 슬롯머신을 당긴 듯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져 나온다. 그것도 나의 흥미에 꼭 맞는 것으로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유머 코드, 취향에 맞춘 콘텐츠를 보면 볼수록 알고리즘이 더 정교화돼 점점 스마트폰을 놓기가 어려워진다. 더욱더 관심을 잡아끄는 것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검색조차 귀찮게 느껴진다. 검색하지 않아도 알고리즘이 뇌 속을 스캔한 듯 궁금해하는 것, 좋아할 만한 것들만 추천해주니 말이다. 무의식적으로 비슷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길들여지는 대신 의도적으로 낯선 세계를 접해보자. 나의 관심사와 다른 주제, 낯선 단어를 주기적으로 검색해보는 것이다. 알고리즘에 갇히지 않으려면 직접 탐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관심사가 저절로 더 풍부해진다.
➎ 내 몸의 리듬에 귀 기울여라
스마트폰이 없는 하루가 주어진다면? 잠시 화장실 갈 때조차 스마트폰을 챙기는 현대인에게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질문이다. 주기적으로 ‘노 스마트폰 데이’를 만들어보자. 스마트폰의 전원을 끄고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알람 없이 자연스럽게 눈을 떠 여유로운 하루를 시작해보자. 스마트폰의 알람,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소식 대신 내 몸의 리듬에 맞춰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온전히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다 보면 평소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에 들어올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이 없으니 그저 심심해서 해본 취미에서 뜻밖의 재미나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이 없는 동안 뭐라도 써보자 싶어 끄적인 글이 그동안 생각지 못한 곳으로 나를 데려다줄 것이다.
➏ 종이 신문이나 시사 주간지를 구독하라
포털 사이트와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은 개인의 취향을 저격한 콘텐츠를 자동 추천해 자신도 모르는 새 시각이 편향될 위험이 커진다. 종이 신문 구독은 알고리즘이 데이터 기반으로 추천하는 뉴스가 아니라 편집자가 엄선한 뉴스를 제공해 보다 균형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돕는다. 반사적으로 추천해주는 뉴스를 보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뉴스를 읽어나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다양한 목소리를 접하면서 새로운 관점이 생길 수도 있다. 나아가 논조가 다른 종이 신문 2종 이상을 구독할 것을 권한다.
➐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라
익숙한 패턴을 반복하는 삶은 안락하다. 하지만 안전지대에 머물다 보면 새로운 영역을 탐구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배우는 것은 알고리즘을 초월한 깨달음을 안겨준다. 디지털에 의존하는 삶이 아니라 우리가 머물고 있는 지금, 여기에 더욱 집중하는 삶을 살아보자. 유튜브 강의를 통해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대신,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생생한 목소리로 만나보자. 장인이 수제화를 만드는 영상이나 누군가의 뜨개질 브이로그를 보며 대리 만족하는 대신, 직접 실과 바늘을 들고 옷을 만드는 법을 배워보라. 다양한 경로로 많은 경험을 하며 몸과 마음을 깨워보라. 알고리즘이 안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배움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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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