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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율은 “이제는 진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보디슈트, 시어 맥시스커트 모두 COS 터틀넥 톱 JKOO 애비에이터 프레임 안경 CHLOÉ 벨트, 이어링,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출연 중인 드라마 <퍼스트레이디>가 방영 중반을 넘어섰어요. 작품에 달리는 댓글이나 반응을 꼼꼼히 찾아보는 편인가요?
본방 사수를 하면서 실시간 댓글까지 챙겨 보는 타입이에요. 제가 영화 <궁녀>로 데뷔했는데, 어느덧 연기를 한 지 20년 가까이 되어가더라고요. 나름의 경력이 쌓이다 보니 제가 생각한 연기 만족도와 시청자들의 반응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죠. 예를 들면, 어떤 날은 제 연기가 스스로 만족스러울 때가 있어요. ‘나 오늘은 진짜 잘한 것 같아’ 하는 날요.(웃음) 그런데 막상 그 연기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전혀 달라요. 반대로 저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반응이 엄청 좋을 때도 있어요. 제 감정에만 너무 치우쳐 연기하는 건 요즘 시대에 안 맞는 것 같아서 일부러 리뷰나 댓글들을 찾아보는 편이에요.
칼라리스 재킷 COS 화이트 터틀넥 톱 TOTEME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안 좋은 댓글을 보면 마음에 오래 남나요, 아니면 덤덤히 흘려보내는 성격인가요?
입으로 소리 내서 댓글을 읽고 거기에 답글도 달아요.(웃음) 실제로 글을 남기는 것은 아니고, 시청자 댓글에 혼잣말로 대답을 하는 거예요. 작품이나 연기를 지적하는 댓글에는 “의견 감사합니다. OK, 다음번에 연기할 때는 꼭 참고할게요” 하고, 비난이나 조롱 조의 댓글에는 “그쪽이 뭘 알아?” 하고 훅 넘겨버리죠.(웃음) 남길 건 남기고, 버릴 건 버리고. 그 정도 요령은 생긴 것 같아요.
블랙 롱 코트 S/E/O 피케 니트 톱, 비정형적 실루엣의 스커트 모두 MARNI 타비 플랫 슈즈 MAISON MARGIELA 이어링, 벨트,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퍼스트레이디> 속 ‘손민주’는 성공에 대한 욕구가 강한 기자 역할이잖아요. 굉장히 선명한 캐릭터인데, 자신의 실제 모습과의 싱크로율은 어때요?
극 중 ‘손민주’는 굉장히 솔직한 캐릭터예요. 성공하고 싶은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죠. 성공을 맹목적으로 좇는 캐릭터는 좀 거북할 수 있는데, ‘손민주’는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욕망을 투명할 만큼 대놓고 드러내니까 밉지가 않더라고요. 그에 비하면 저는 그렇게까지 솔직하지는 못한 것 같아요. 단순히 사회적인 면모라기보다는, 여전히 내가 무엇을 바라고 이루고자 하는 지향점이 뭔지 고민 중이랄까요.(웃음) 요즘 저의 가장 큰 화두이기도 해요.
퍼 코트 S/E/O 브라운 레더 스커트 COS 그 고민이 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요?
저는 겉과 속이 좀 다른 면이 있거든요. 내가 원하는 바를 솔직하게 드러내면 나도 편하고 주변도 편할 것 같은데, 그걸 잘 못했어요. 그렇다고 제 욕심이나 욕망을 억지로 숨겼다는 의미가 아니라 뭐랄까, 외부 시선에 나를 끼워 맞추고 사는 데 급급했던 것 같아요. 누가 “넌 꿈이나 목표가 뭐야?” 물어보면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했죠. 궁극적으로는 맞는 말인데, 사회적으로 더 괜찮아 보이는 것, ‘배우는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아’ ‘이 일을 오래 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같은 생각에만 지나치게 몰두하고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거죠. 지나치게 남을 의식한 나머지 정작 진짜 나는 아무것도 안 남은 것 같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어요. 어느 날 보니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나 바라는 것이 뭔지, 그런 게 내 안에 실제로 있는지 헷갈리더라고요.
블레이저 재킷 VERSACE 스팽글 니트 톱 GOLDEN GOOSE 레더 스커트 COACH 부츠, 벨트,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럼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무언가를 알아차렸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사람이 변하지는 않잖아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요즘에는 스스로에게 원하는 것이 뭔지 끊임없이 질문해요. 감정을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고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새롭게 발견한 자신의 모습이 있나요?
촬영이나 오늘처럼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날에 집에 있으면 늘 불안했거든요. 작품을 오랫동안 쉰 것도 아니고, 며칠 한가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 짧은 시간마저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 거예요. 특히 집에 있을 때요. 그 불안의 진짜 이유가 잘 정리되지 않은 공간 때문이라는 걸 최근에 알았어요.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게 뭔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런저런 변화를 주면서 답을 찾은 거죠. 그래서 요즘은 틈 날 때마다 집 안 구석구석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공간을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불안한 감정이 가라앉는 게 느껴져요. 그렇게 내가 어떤 성향인지, 무엇에 영향을 받는지 찾아가고 있어요.
오버사이즈 체크 패턴 재킷 PUSHBUTTON 슬립 드레스 IKE 셔츠, 타이, 글러브,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인생 목표 같은 거대한 주제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삶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맞아요. 요즘 주변에 추천하는 게 있는데 식단 일기를 쓰는 거예요. 30대 중반까지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이 엄청 심했어요. 학창 시절에 살이 많이 쪄서 대학 가서 혹독하게 다이어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식단 관리하는 게 너무 힘들었거든요. 늘 몸무게가 얼마 넘으면 안 돼, 피부 관리 철저히 하고 계속 동안을 유지해야 해, 같은 강박이 심했어요. 그런데 평생 그렇게 살 수는 없겠더라고요. 그때부터 식단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음식을 먹고 나서 내 몸의 반응을 적는 거예요. 요즘은 야식도 시간대 안 가리고 그냥 먹어요. 당기는 음식은 다 먹고 다음 날 얼마나 붓는지, 속은 불편한지 안 불편한지를 적는 거죠. 먹으면 안 되는 음식 대신 먹어도 괜찮은 음식을 찾는 거예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야식은 식빵에 좋아하는 버터를 듬뿍 발라서 먹는 거예요. 버터가 느끼해서 오히려 과식을 막아주기도 하고, 다음 날 컨디션도 아주 좋더라고요.
크롭트 재킷 BALENCIAGA 셔링 디테일의 튜브 톱 드레스 JKOO 셔츠, 타이, 이어링, 안경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이보다 아이» «나를 만든 말»까지 두 권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죠. 요즘도 글을 계속 쓰나요?
<월간 에세이> 라는 잡지에 글을 연재한 지 1년 반 정도 됐어요. 우연한 기회에 ‘이달의 초대석’이라는 고정 칼럼에 짧은 글을 기고한 적이 있어요. 작가가 아니다 보니 살짝 불안한 마음에 원고를 두 편을 보냈죠. 둘 중 마음에 드는 글을 실어 달라고요. 고맙게도 두 편 다 좋다며 두 달 연달아 제 글을 잡지에 실어주셨어요. 그러고 나서 몇 달 뒤에 다시 3개월 정도 연재해보면 어떻겠냐는 연락을 받고 시작한 게 벌써 1년이 넘었네요. 그 달 그 달 자유로운 주제로 짧은 글을 쓰는데, 덕분에 평범한 일상이나 가볍게 지나칠 법한 마음들을 조금 더 들여다보게 돼요. 굉장히 즐겁게 작업하고 있죠.
그야말로 내면의 즐거움을 하나씩 발견해나가고 있는 중이군요. 그중에서도 일상을 가장 풍요롭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나이요. 마흔이 되고 나니까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그 전까지 스스로를 옭아맸다면, 마흔 즈음부터 ‘나 이제 안 그대로 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30대에는 조금도 나이 들어 보이면 안 되고, 뭐라도 하나 놓치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마흔이라는 나이가 되니까 ‘이쯤 되면 세월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도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새치가 부쩍 늘었는데, 촬영이나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굳이 염색을 하지 않아요. 외모에 대한 강박도 줄고, 사고도 훨씬 유연해진 게 스스로도 느껴져요. 물 흐르듯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태도와 여유를 찾는 저만의 요령을 조금은 터득한 것 같달까요. 그런 시간의 흐름이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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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Editor 김은향
Fashion Editor 박유은
Photographer 주용균
STYLING 이진혁
HAIR&MAKE-UP 강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