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모금이 주는 회복의 에너지
차(茶)는 나긋하고 뭉근하게 우리 곁에 머문다. 그 흔들리지 않는 고요함에서 사람들은 어떤 에너지를 발견했을까. 요즘 차는 하나의 취향에서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문화로 확산되는 중이다.

이상준 산노루 대표
산노루는 제주에서 시작된 차(茶) 브랜드다. 자연의 순환을 존중하며,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찻잎만을 고집한다. 이상준 대표는 차를 통해 사람들의 일상에 작은 쉼과 건강을 전하고자 한다. 그에게 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자연의 선물이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제주에서 ‘산노루’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미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던 시절, 집에서 화초를 키우며 큰 위안을 받았어요. 자연스럽게 식물에 관심이 생겼고, 당시 샌프란시스코의 스타벅스에서 ‘제주산 말차’를 활용한 메뉴를 보고 한국에도 경쟁력 있는 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때부터 제주에서 생산되는 차에 대한 흥미가 생겼습니다. 이후 30대 중반에 한국으로 돌아와 직장 생활을 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제 모습, 또 지쳐 있는 많은 직장인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미국 유학 시절 식물에서 위안을 얻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자연을 선물하자’는 마음으로 제주에 내려와 산노루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브랜드 이름 ‘산노루’에는 어떤 의미와 메시지를 담았나요?
제주에 처음 내려와 한라산을 오르던 중 노루 무리와 마주쳤어요. 좋은 자연을 찾아 유유히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이 마치 저와 아내 같더라고요. 그렇게 ‘산노루’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죠. 우리가 찾아낸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도 함께 담았어요.

산노루는 제주 소규모 다원과 협업해 제품을 만든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구조를 갖추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차 또한 농산물이지만, 공기 중 산화가 일어나는 특성 때문에 냉장 진열이 불가능하고 반드시 포장 과정을 거쳐야 해요. 하지만 제주도는 고령화가 심해 소규모 다원에서 생산부터 포장, 소비자 응대까지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죠. 이런 현실 속에서 산노루는 초기부터 소규모 다원과 협력해 제품을 만들어왔어요. 이제는 오히려 우리가 그분들께 배우며 함께 더 높은 품질의 차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다원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느낀 보람이나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초기에는 서로 신뢰를 쌓기 전이라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하지만 현재는 함께 고민하고 시장의 변화를 예측해가며 즐겁게 일하고 있죠.

녹차나 말차 외에도 청차, 황차 등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다양한 차를 선보이고 있어요. 산노루가 다양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주도뿐 아니라 많은 지역에서 인기 품목에만 집중하다 보니 점점 사라지는 제품과 문화가 생기고 있어요. 산노루는 그런 상황을 안타까워했죠. 당장의 이익은 크지 않더라도 다양성이 곧 장기적인 경쟁력이라는 믿음으로 여러 종류의 차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요즘 ‘반려 음료’라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하루를 함께하는 음료가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시대에 산노루의 차가 어떤 의미로 자리하길 바라나요?
진정한 반려 음료는 인간의 삶을 윤택하고 이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말차를 비롯해 대부분의 차는 강력한 항산화 효과로 세포 노화를 늦추고 혈관을 깨끗하게 해주며, 스트레스로 지친 심신을 안정시켜요. 또한 지방 산화를 촉진해 건강한 몸을 유지하도록 돕고, 콜레스테롤과 혈압 조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죠. 이처럼 차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든든한 조력자이자 진정한 반려 음료라고 생각해요.

‘카페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커피 중심이던 식음료 문화가 점점 다채로워지고 있어요.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는 변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산노루도 처음 ‘말차’를 주제로 소비자에게 다가갔을 때는 주류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오랜 시간 꾸준히 한자리를 지켜오다 보니 이제는 많은 사람이 차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주고 있죠. 요즘은 카페나 식당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단순히 ‘남들이 하니까’가 아니라 자신만의 시선과 철학으로 새로운 소재를 탐구하는 곳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세상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수많은 재료와 이야기가 있고, 그런 콘텐츠를 각자의 방식으로 공부하고 소개하는 흐름이 더 확산되길 바랍니다.

해외에서는 음료 커스터마이징이 생활화되어 있는데, 차 문화에서도 이러한 변화나 요구가 반영되고 있다고 보나요?
해외에서는 이미 7~8년 전부터 말차가 일상 속 에너지 음료로 자리 잡으며 음용 방식도 다양하게 발전해왔어요. 한국에서도 최근 말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요. 물론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꾸준히 관심이 이어진다면 그 안에서 새로운 응용과 해석이 나올 거라 생각해요. 무엇보다 차에는 정해진 답이 없어요. 각자가 좋아하는 맛과 향이 다르기에 ‘나만의 차’를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최근 음료 시장에서 ‘건강’이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어요. 소비자들의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브랜드나 업계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산노루처럼 자연에서 비롯된 원재료를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브랜드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아주 큽니다. 저희는 맛만큼이나 ‘환경’이 차의 품질을 좌우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동차 매연 같은 오염원이 없는 청정한 환경에서 자란 찻잎만을 엄선해 사용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도로 근처의 차밭은 차량 매연이 공기 중에 머물다 비와 함께 토양으로 스며들고, 그 오염이 뿌리와 줄기를 거쳐 결국 잎맥까지 전달돼요. 이런 ‘순환’이 곧 차의 본질을 바꾸는 셈이죠. 결국 건강한 차는 깨끗한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 역시 깨끗한 환경 안에서 건강하게 숨 쉬니까요.

아침에 마시는 차, 식사에 곁들이는 음료, 운동 전후의 드링크, 힐링을 위한 티타임 등 사람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마십니다. 이러한 ‘마시는 문화’를 어떻게 바라보나요?
그만큼 ‘물’이 인간에게 중요한 존재라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살아가는 데 필수 요소이죠. 하지만 때로는 유해하거나 자극적인 음료를 선택하기도 해요. 결국 스스로 몸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관건이에요. 다양하게 즐기는 건 좋지만, 좋지 않은 것을 피하는 게 더 중요하죠. 차도 마찬가지예요. 좋은 차를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즐기는 것이 진정한 웰니스라고 생각해요.

베이커리, 라이프스타일 숍, 호텔, 뷰티 브랜드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가는 이유와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실 협업을 시도한다기보다는, 우리의 철학과 맞는 브랜드에서 먼저 제안을 해오면 언제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산노루는 단순히 차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자연을 선물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산노루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나 비전은 무엇인가요?
식품이 사람의 건강을 해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식품이 아니라 독이라 생각해요. 산노루의 목표는 오롯이 건강한 식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데 있어요.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차를 재배하지만, 제주는 그 어느 곳보다 자연환경이 깨끗하고 건강하죠. 산노루는 이런 제주의 자연이 만들어낸 차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우수하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요즘 가장 즐기는 반려 음료와 그 이유를 함께 들려주세요.
요즘 가장 즐겨 마시는 건 ‘말차 오트 라테’입니다. 저는 하루에 저녁 한 끼만 먹는데, 아침에는 항상 포만감이 좋은 귀리 우유에 말차를 넣어 마셔요. 위에 부담이 없고, 하루를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거든요. 말차는 즉각적으로 에너지를 주는 커피와 달리 서서히 에너지를 채우면서 하루를 보다 안정적이고 활기차게 만들어줍니다. 또 하나 좋아하는 조합은 오트 우유에 딸기와 말차를 블렌더로 갈아 넣어서 마시는 음료예요. 딸기의 선명한 붉은색이 일상에 열정을 불어넣는 듯한 심리적 효과가 있어요. 이렇게 하루를 여는 한 잔이 작은 의식처럼 느껴져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런 순간이 힘이 되죠.
📷 산노루
#산노루 #이상준대표 #카페 #차 #주부생활 #주부생활매거진
Editor 오한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