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t’s My Attitude
주저 없이 시작하는 용기, 서두르기보다 오래 이어가는 끈기. 윤혜진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곧 그녀의 힘이다.

오랜만에 다시 커버 촬영으로 만났네요. 이번 호 스페셜 키워드인 ‘빅 걸’을 떠올리다 가장 적합한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키워드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솔직히 예전 같았으면 외적인 면을 먼저 떠올렸을 것 같아요. 키가 크다거나 존재감이 뚜렷해서 괜히 더 당당해 보이는 사람들을 그렇게 부를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요즘 말하는 ‘빅 걸’은 결이 좀 다른 느낌이에요. 외형이 아니라 태도로 정의된다고 할까요. 자신의 삶에 책임을 다하고, 스스로 선택한 길을 믿고 가는 사람. 빨리 증명되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결정을 믿고 나아가는 여성들. 저는 그것이 ‘빅 걸’의 제대로 된 해석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타이 장식 블라우스 ANNAKIKI 주얼리는 모두 윤혜진 소장품확실히 요즘은 자신의 선택을 직접 증명해내는 여성들의 서사가 더 주목받고 있죠. 스스로 이룬 성장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무대를 떠났던 때요. ‘발레리나’라는 이름이 사라졌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처음으로 마주했어요. 그 이름 없이도 내가 나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거든요. 그런데 일상의 윤혜진으로도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걸 확인했죠. 그때가 가장 큰 성장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로 살아가는 시간도 저를 많이 단단하게 만들었고요. 이건 무대 위에서의 단단함과는 또 다른 종류의 힘이에요.
발레리나로도 충분히 멋있었지만, 그 이후의 삶이 ‘빅 걸’에 조금 더 가까워지게 한 것 같네요.
그런가요.(웃음) 저는 그냥 꾸준한 사람이에요. 할 줄 아는 게 그것뿐이기도 하고요. 상황이나 환경이 달라져도 크게 흔들리기보다는 제가 선택한 것을 계속 밀고 가는 편이죠. 이런 모습이 제가 해석한 ‘빅 걸’과 닮은 부분 같긴 해요.
페플럼 톱, 스트랩 포인트 팬츠 모두 TOENN 브라운 체크 뷔스티에 벨트 PRADA 니하이 부츠 GUCCI 주얼리는 모두 윤혜진 소장품롤모델이 있는지 물었을 때 주저하지 않고 ‘어머니’라고 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머니는 늘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재촉하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어릴 적엔 ‘왜 저렇게까지 하실까’ 싶기도 했어요. 힘들어 보였거든요. ‘나는 저렇게 안 할 거야’라고 생각한 적도 많고요.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제가 똑같이 하고 있더라고요. 말투도 닮고, 교육관도 닮고요.(웃음) 만약 어머니의 방식이 틀렸다고 느꼈다면 제 아이에게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대부분이 맞았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죠. 그래서 더 존경하게 됐어요.

시어한 오간자 소재의 트렌치코트 KELLY SHIN 은은한 광택이 감도는 에나멜 사이하이 부츠 STUART WEITZMAN 주얼리는 모두 윤혜진 소장품무대를 떠난 지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혜진 씨 삶에 발레가 남아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발레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발레는 겉으로는 아름다워 보이는 예술이지만, 그 안에서는 굉장히 치열해요. 한 동작을 완성하기까지 자신과의 약속을 계속 지켜야 하거든요. 그 과정을 버티면서 몸도 강해지지만, 마음이 훨씬 단단해져요. 저는 그걸 몸으로 느꼈어요. 취미로 시작하더라도 결국 발레의 깊이를 알게 될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가볍게 시작해도, 어느 순간 자신을 단련하는 시간이 되거든요.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운동법도 소개하고 있는데, 꾸준히 운동 루틴을 지킬 수 있게 만들어주는 콘텐츠 같아요.
맞아요. ‘완벽하게 해야지’라고 생각했다면 저도 엄두를 못 내죠. 저는 그냥 스스로에게 “10분만 움직이자” 이렇게 되뇌여요. 잠깐이라도 일단 시작하고 나면, 결국 끝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해야지 뭐”라는 말이 제 하루를 지탱해요. 하기 싫은 날도 많지만, 그 한마디가 저를 움직이게 만들어요. 그리고 막상 하고 나면 에너지를 받고요. 이 과정을 매일 되풀이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웃음)
오버사이즈 더블브레스트 재킷, 화이트 커프스 모두 GABRIEL LEE 후프 이어링 XTE 링은 모두 윤혜진 소장품온라인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어요. 유행이나 타인의 시선과 상관없이 옷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있나요?
옷은 결국 태도라고 생각해요. ‘키가 작아서’ ‘살이 쪄서’ 같은 이유로 원하는 옷을 입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당당하게 이야기해요. “입고 싶으면 입으세요!” 키 크면 웬만한 옷이 다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제가 입었을 때 되게 어색해 보이는 스타일도 있거든요.(웃음) 하지만 무엇을 입든 중요한 건 자세예요. 당당함이죠. 옷은 사람의 말투와 표정, 그리고 그 주변 분위기까지 바꿔요. 제 쇼핑몰에서 만드는 옷의 기준도 명확해요. 저는 제가 입고 싶은 스타일을 먼저 만들고, 대중의 의견을 들으면서 조율해나가요. 흔들릴 때도 있지만, 변하지 않는 기준점은 ‘내가 입고 싶은 옷인가’예요.
시폰 미니드레스 JULYCOLUMN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네크리스는 윤혜진 소장품딸 지온이가 성악 전공으로 예술중학교에 진학하게 됐어요. 고된 입시를 잘 견뎌낸 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저는 지온이를 한 번도 학원에 보낸 적이 없어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그저 신나게 놀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요즘 교육 방식과 안 맞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마음껏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신념을 굽히고 싶진 않았죠. 그렇게 했기에 지온이가 스스로 좋아하는 분야를 누구보다 빨리 찾고, 목표도 성취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온아, 얼마 전에 맞춘 새 교복이 집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네가 정말 대견하고 부러웠어. 네가 가고 싶어 한 학교의 교복을 너의 노력으로 입을 수 있게 된 모습이 정말 멋있었단다. 좋아하는 학업을 할 수 있음을 축복으로 알고, 그 마음 놓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즐기길 바라!” 이렇게 말해줄래요.(웃음)
오늘 이른 아침부터 촬영장에 나왔어요. 다음 스케줄은 뭐예요?
딸을 성악 수업에 데려다줘야 해요.(웃음) 그러고 집에 가서 저녁 식사 준비를 해야 하고요.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한 스케줄이에요. 다시 엄마로 돌아가는 시간이죠.
블랙 백리스 드레스 KUMANN YOO HYE JIN 링은 윤혜진 소장품마지막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 특히 스스로의 성장을 일궈내기 위해 오늘도 힘쓰고 있는 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자기 목소리, 기준에 따라 살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살다 보면 속도도, 성취도, 역할도 다 남의 기준을 따라갈 수 있거든요. 남들이 정해놓은 방향이 아니라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과 방향으로 살아가야 해요. 자기 목소리라는 게 거창한 선언은 아니에요. 그저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면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까지 괜찮은지, 무엇은 싫은지 아는 것. 그리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 저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에요. 아마 그 과정 자체가 성장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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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Editor 제민주
Fashion Editor 박유은
Photographer 박재영
STYLING 한혜연, 권유라
HAIR 탁소정(아우라)
MAKE-UP 박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