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로 보는 주부생활사Ⅰ
<주부생활>의 61년 아카이브는 동시대를 살아낸 여성들의 생활사이자 시대를 읽는 사회적 언어의 기록이다. <주부생활>은 가정의 중심이자 사회의 관찰자로서 분투해온 여성들의 현대사를 수십만 장에 차곡차곡 기록해왔다.
1960년대
아파트와 유모차, 서구 문화의 유입과 新현모양처

1960년대 아메리카니즘이 불러온 주부들의 변화된 생활상은 아파트와 유모차로 대표된다. 1965년 <주부생활>은 ‘현대 여성의 생활 에티켓’을 특집으로 다루며 새로운 시대의 현모양처의 등장과 ‘과학 하는 머리로 살림하는 법’ 등 의식주 생활에 스며든 서구 문화를 소개했다. 당시 아파트 보급으로 시작된 ‘이상적인 부엌의 설계’ 등 포대기에서 유모차로, 쪼그려 앉던 부엌에서 입식 주방으로의 변화를 통해 가사 노동이 즐거움이 되고 살림하는 공간이 자랑이 되는 새로운 문화의 시작을 알렸다. 허리를 곧게 편 주부 사진을 실은 표지는 순응의 시대가 저물고 사회를 향해 일어선 여성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70년대
중산층의 탄생과 마이카, 마이홈 시대

냉장고, 텔레비전, 세탁기 등 가전제품과 국산 차의 등장은 중산층 주부들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었다. ‘1970년대는 마이카 시대’에는 목돈 20만 원을 종잣돈 삼아 장기 할부로 차를 구입한 엄마의 유치원 통학길 드라이빙의 즐거움이 기록되어 있다. 명사의 집 연재 칼럼인 ‘집 구경 좀 합시다’는 평당 6만 원으로 지은 윤병로 문학평론가의 2층 양옥집을 시작으로 현대 주택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한다. 건축가 5인의 ‘멋을 살린 소주택 6종 설계 도면’과 ‘가정부 없이 사는 요령’ 칼럼에는 주택의 보급은 물론, 도구 효율화와 함께 ‘가정관리’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1980년대
강남 아파트 투기와 아파트 부녀회의 시작

1982년 12월호에는 잠실의 특대생, 반포의 우등생, 여의도의 장학생으로 불리는 부동산 투자자들이 황량한 벌판이던 개포 단지로 몰려든 현장을 취재했다. 당시 기사는 집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누군가 한 가족을 이루고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소회로 마무리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강남은 44년이 지난 2026년에도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전쟁을 치르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었다. 1979년 도곡동 개나리아파트 어머니회의 ‘공동구매’ 칼럼은 중산층 아파트맘의 이웃 간 친목과 합리적인 소비생활의 모습을 통해 공구의 시초를 기록하고 있다.
1969-1990년
전통 육아의 퇴장과 자녀 교육의 변천사

1969년 <주부생활>은 ‘어린이와 벌’ 칼럼 등 체벌을 해야 잘 큰다는 전통 육아 방식을 비판하고 어린이는 어른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기사를 연달아 게재하며 체벌을 대체할 수 있는 좋은 교육의 기준을 제시했다. 이후 1980년대에 서구식 육아법이 도입된 이후에도 전통적 훈육과 충돌하며 과도기가 이어졌다. 1984년 5월호에서는 ‘평범한 자녀도 천재로 만드는 조기교육과 태교’ 칼럼을 통해 임신기부터 시작되는 육아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영유아기 애착 형성의 중요성과 예체능 교육까지 심도 있게 다루었다. 1990년 ‘아파트 육아 이렇게 하라’에는 도시 육아의 태동와 함께 육아 상담 기관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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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권윤정
Photographer 박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