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로 보는 주부생활사 Ⅱ




1990~

청담동과 한남동, 고급 주거 문화와 인테리어 붐

청담동은 디자이너들에게 성공의 상징이자 비즈니스의 모든 요소가 집결된 격전지였다. 청담동 명품거리 인근의 고급 빌라나 펜트하우스가 디자이너들의 안목으로 리모델링되며 부티크 같은 집, 외국 같은 집들이 잡지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 1990년 ‘디자이너의 집’ 칼럼에서는 배우 전지현의 시할머니이자 대표적인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의 집을 소개하며 옷을 디자인하듯 공간에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게 하는 시도들을 통해 새로운 주거 공간을 제안했다. 배우와 셀럽들의 집이 잡지에 소개되며 ‘잡지에 나온 집 같다’는 말이 잘된 인테리어의 비유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2010~

인스타그래머블! 바야흐로 취향의 시대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며 2000년대 파워 블로거의 시대를 이은 2세대 SNS 인플루언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상류층의 문화나 명품 등을 SNS를 통해 쉽게 접하게 되면서 집을 호텔처럼 꾸미고, 호텔로 바캉스를 떠나는 등 체험하고 향유하는 삶, 라이프스타일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2010년 홈 카페, 빵지 순례, 스테이케이션, 한달살이 등 경험의 아카이브가 기록되기 시작했다. 2016년 ‘작업실 같은 집’, 블로거나 인플루언서의 살림 솜씨 등 취향 가득한 삶의 방식을 사진과 영상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우리 언니가 하면 나도 따라 한다는 팬덤 문화와 라방 공구 시대도 함께 태동했다.

 

2020~

개인화 시대와 미닝아웃

취향을 깊게 판다는 의미의 ‘디깅’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와 유튜버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을 깊이 파고, 소신 있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을 넘어 SNS 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는 ‘미닝아웃(Meaning+Coming Out)’ 트렌드가 확산했다. 팬데믹은 외부 활동을 멈추게 했지만, 그 속에서도 뉴노멀은 꿈틀대며 삶의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2020년 <주부생활>에는 운동방, 차박, 호캉스, 웰에이징 등의 신조어와 함께 바른 먹거리에 대한 고민과 채식주의, 지구 환경을 위한 가치소비, 제로 웨이스트, 업사이클링, 플로깅, 탄소중립, 그린 워싱 등 새롭게 부상한 키워드들이 등장했다.

 

2026

AI 시대의 휴머니즘, 다시 인간

2026년 ‘On Humanness’에서는 AI 시대의 핵심은 기술을 추격하는 능력이 아니라 기술이 하지 않는 인간 고유의 영역과 감각을 깨우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다룬다. 대화형 인공지능이 생활 전반에 침투한 속도는 그 어떤 산업화의 역사보다 짧았고, 인간은 편리함만큼 막연한 두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정답보다는 맥락을, 결과 중심이 아닌 관계에 집중해야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물음을 던진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MBTI로 설명하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세상을 살며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감정과 감각을 깨우고 음미하는 우리의 생활은 여전히 흘러가고,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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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권윤정

Photographer 박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