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Living

다양한 생활상이 모여 하나의 흐름을 이룬다. <주부생활>이 포착한 2026년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이야기가 있는 소비하기
“사람들이 물건을 구입할 때는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어떤 끌림을 필요로 합니다. 아주 사소한 포인트라도 지금 반드시 이 물건을 사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죠. 저희는 그 한 끗을 찾으려 노력해왔어요.” 국내 목재 가구 브랜드 스탠다드에이 류윤하 공동대표의 말처럼, 요즘 사람들은 소비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시간과 노동, 경제적 자원과 맞바꾸는 기회비용으로 인식해 신중을 기하는 것은 물론, 소비 경험과 사물의 축적을 통해 자신만의 취향과 서사를 발견하고 싶어 하는 것. 40여 년 전 형성된 답십리 고미술상가가 최근 전에 없이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것도 이른바 소비 서사에 집중하는 이들 덕분이다. 낡고 오래되었어도 그 안에 이야기나 형태, 쓰임새 같이 마음을 끄는 것이 깃들어 있다면 가치있게 여길 수 있는 골동품 수집의 심상이 현대인의 소비 감성과 통한다. 취향의 시행착오는 당근, 번개장터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이 해결해줄 테다. 그러니 지름길만을 찾으려 하지 말자. 돌아가는 길에서 더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생기는 법이다.
제철 행복을 놓치지 않기
혹시 여전히 계절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별개로 유행에 민감한 편이라면 이제 계절을 24절기로 바라보는 편이 유리하다. 한 해 가운데서 어떤 일을 하기에 좋은 시기나 때를 뜻하는 절기의 사전적 정의와 같이, 지금이 아니면 온전히 누릴 수 없는 음식, 풍경, 행사에 집중하는 이른바 ‘제철 코어’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최고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제철의 한정적이고 희소한 가치를 지녔다면, 18년 전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레시피라 해도 인기를 끈다. 각종 배달 앱과 쇼핑몰에서 봄동 품귀 현상을 불러일으킨 강호동의 봄동비빔밥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한정된 기간 동안 진행하는 소위 제철 행사나 전시에도 많은 사람이 몰린다. 지난해 약 3개월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현대 조각가 ‘론 뮤익’의 아시아 최대 규모 회고전은 누적 관람객 수 50만 명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계속해서 예년보다 짧아져가는 봄, 가을의 날씨로 기후변화를 실감하는 현대인들에게 제철 코어란 어쩌면 당연하게 회귀하는 소박한 기쁨이라기보다, 불현듯 소멸할지 모르는 희소한 자원을 서둘러 경험해보려는 마음에 가까워 보인다.
루틴 있는 삶
한때 인생의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처럼 제시되었던,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존감을 높이라는 조언이 언제부턴가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 어떤 행동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지, 무슨 음식을 챙겨 먹는지, 운동이나 취미 생활은 어떻게 꾸려가는지 등과 같은 구체적인 하루 일과를 드러내어 그 가치를 몸소 증명해 보이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러니 닮고 싶은 삶의 태도나 방향성을 지닌 인플루언서가 있다면 그의 일상 속 루틴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찾아 참고해보면 좋겠다. 밀라논나처럼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스트레칭과 명상을 하고, 최화정처럼 사과에 땅콩버터와 올리브유를 곁들여 먹는 아침 식사를 따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을 잘 돌보고, 스스로 의미 있게 여길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을 회복하게 될지 모른다.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이나 저속노화, 웰에이징에 관심이 많은 이들도 자신만의 루틴을 실천하며 일상을 단단하게 다져볼 것
알고리즘 밖으로 걸어 나가기
화면 속 세상은 우리가 긴 시간 머물고 있는 또 하나의 차원이다. 다만 이 세계는 알고리즘이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반영해 더 오래 머물 만한 내용을 찾아 비춘다.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 챗봇을 일상적으로 활용하면서 AI와 알고리즘이 비추는 세상과 실제 세상 간의 괴리는 점점 더 커져가는 중이다. 효율에 있어 인간의 생산성을 능가해버린 AI는 노동과 예술의 현장에도 고민거리를 던진다. AI에게 맡길 수 있는 일, AI가 아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맨발걷기, 필사하기처럼 물리적인 세계를 느끼는 것에 집중하는 활동들이 자못 특별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다운 경쟁력은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 그 답은 알고리즘의 기반이 과거의 우리가 남긴 흔적임을 아는 데에 있다. 그러니 때로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비추고, 기대에 어긋나버리는 알고리즘 바깥의 세상으로 자신을 데려다놓자. 그 우연한 균열이 우리를 새롭게 하며, 인간다움을 강화한다.

나에게 맞는 웰니스 플랫폼 찾기
어떤 시절의 생활상은 하나의 단어로 설명되기도 한다. 2004년도의 ‘웰빙’, 2012년도의 ‘힐링’이 대표적인 예다. 먼 훗날 2026년의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단어를 꼽자면 단연 ‘웰니스’가 아닐까. 러닝을 하는 것도, 차를 마시고 명상을 하는 것도, 피부과에서 최첨단 안티에이징 시술을 받는 것도 모두 웰니스라는 단어의 품에 안긴다. 웰니스는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피트니스(Fitness)의 합성어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균형 잡힌 상태와 이를 추구하는 전반적 활동을 뜻한다. 단순히 ‘장수’가 아닌 ‘건강 수명’을 누리기 원하는 현대인에게 웰니스는 삶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모든 움직임인 셈이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이나 식이요법을 찾아야 다이어트에 성공하듯, 웰니스의 길도 하나가 아니다. “쉼과 회복은 나다움을 찾아가면서 시작돼요. 단지 조용하고 고요한 상태만이 정답은 아니고, 각자에게 맞는 에너지를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시간 속에 답이 있죠.” 맛차차 오한나 대표의 설명처럼 올 한 해 자신의 에너지에 맞는 웰니스 플랫폼을 발견하는 행운이 있기를 빈다.
우리 집 AI 길들이기
요즘 신생아 육아를 하는 초보 엄마들은 더 이상 맘 카페에 질문하지 않는다. 대신 생성형 AI 챗봇에 상담하며 우리 아이를 가장 잘 아는 AI에게 도움을 받는다. 이렇듯 AI는 집 안에 찾아와 우리 가족을 가장 잘 아는 존재로 활약할 전망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및 가전 전시회 ‘2026 CES’에 참여한 LG전자는 AI의 도움을 단순히 음성과 채팅 형태에서 벗어나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로봇의 형태로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가정용 휴머노이드 ‘클로이드’가 섬세하게 움직이는 손가락으로 요리는 물론 빨래를 접고, 로봇청소기 동선을 방해하는 물건까지 치워주는 것. 삼성전자는 제미나이를 탑재한 비스포크 AI 냉장고를 통해 주방 내 기획 노동까지 덜어주는 기술을 선보였다. 식재료를 촬영해 자동으로 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레시피를 추천하며 오븐이나 인덕션에 전송해 메뉴에 맞는 최적의 값을 자동으로 설정한다. 육아의 3대 이모님이라 꼽히는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건조기가 협력해 일하는 하나의 AI 시스템으로 통합될 날이 머지않았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친환경
일반적으로 생산, 소비, 폐기의 순서를 밟아온 공산품의 생애가 소비자들의 눈총을 피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폐기해도 소멸하지 않고 그저 쓰레기가 되어 지구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물건이라면 인류의 존속을 방해하는 무가치한 부담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존재나 소비를 멈출 수는 없는 산업사회 속 개인들에게 친환경은 여러 층위로 실천되고 있다. 구매 자체를 미루고 수선하기, 물려 쓰기, 빌려 쓰기를 우선순위에 두거나, 폐기된 형태를 다시 재활용한 상품 혹은 재활용을 약속하는 상품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고, 폐기 단계에서 온전히 소멸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로 만든 상품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결국 상품 스스로 친환경적 순환 고리를 생성할 수 있어야 살아남는다. 덜 해치는 것에서 나아가 자연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일에까지 자본과 공급망을 투입하는 브랜드도 있다. 면, 울 같은 원료 재배를 토양을 회복시키는 재생 농업으로 전환하는 ‘파타고니아’가 대표적이다. 유기농 비누 브랜드 ‘닥터브로너스’ 역시 공정무역과 생태 복원까지 가능한 생산 모델을 적용해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꾀하고 있다.
내일의 경쟁력은 오늘의 수면
이제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하며 잠이 오길 기다리는 것은 너무 수동적인 듯하다. 수면 환경과 루틴을 설계해서 내가 잠에 들어가보는 것은 어떨까? 팬데믹 이후 누적된 피로와 수면, 면역력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여러 연구가 발표되어 사람들이 잘 쉬고 잘 자는 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잠은 더 이상 하루의 소극적인 마침표가 아니라 다음 날의 생산성을 좌우하는 강력한 도구로 떠올랐다. 수면의 질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슬립맥싱’ 트렌드가 주목받는 이유다. 슬립맥싱을 실천하는 이들은 더 이상 잠든 시간을 세지 않는다. 대신 수면에 앞서 스마트 조명으로 공간의 조도와 온도를 체크하고, 두꺼운 암막 커튼과 노이즈 머신, 체온 조절을 돕는 냉감 침구 등으로 적절한 수면 환경을 조성하고 간단한 스트레칭과 족욕, 독서에 이어 잠자리에 드는 자신만의 루틴을 실천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잠이 들고 깨는 일정한 리듬감에 의미를 둔다. 자는 동안 스마트 워치나 침대, 조명 타이머 등과 연동한 수면 앱을 통해 수면을 분석하거나 멜라토닌, 마그네슘, ‘ 슬리핑 보틀’ 같은 자연 유래 성분의 수면 보조제 사용에도 적극적이다.
추구미가 있는 인테리어
팬데믹을 통과하며 집이라는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근사한 외부 공간을 찾아가 SNS 속 피드를 장식해왔기에 집은 타인에게 보여지지 않아도 되는 쉼의 공간에 가까웠다면, 실외 활동이 제한되던 팬데믹을 겪으면서 집이야말로 소중한 사람들과 편안하게 교류하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오피스이자 취미 생활과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의 무대로 그 역할이 확장된 것이다. 경기 불확실성으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도 집 안 꾸미기에 대한 관심에 계속해서 불을 지핀다. 집을 옮기는 대신 리모델링이나 가구 교체, 소품 인테리어로 새로움을 꾀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공간이나 활용 방법에 따라 쉽게 형태를 변형할 수 있는 모듈 가구가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제 사람들은 마음속에 어떤 아이템 혹은 어떤 분위기로 집을 꾸미고 싶은지에 대한 추구미를 간직한 채 살아간다. 때로 유행하는 아이템이나 인테리어 앱에서 보여주는 집을 통째로 따라 하고 싶은 마음도 들겠지만, 사람마다 어울리는 옷 스타일이 다르듯 집 역시 자신에게 알맞은 모습으로 가꿔갈 때 진짜 멋이 풍긴다는 점을 잊지 말자.
집에서 아름다워지는 법
보다 화사하고 탄력 있고 매끄러운 피부를 가꾸기 위한 방법으로 최고급 화장품, 에스테틱 숍, 피부과 방문 외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K-뷰티의 2막으로 떠오른 홈 뷰티 디바이스를 활용하는 것. 고주파, 미세전류, 전기천공법 등 여러 최신 기술을 적용한 홈 뷰티 디바이스는 화장품의 흡수율을 높이거나 콜라겐 생성, 탄력 개선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가의 관리를 받을 때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일상에서 꾸준히 활용할 수 있어 매력적인 선택지다. 아모레퍼시픽의 ‘메이크온’, 파나소닉의 ‘파나소닉 뷰티’, 동국제약의 ‘마데카 프라임’, 재생의학을 기반으로 한 파마리서치의 ‘리쥬란’, 초음파 리프팅 장비 슈링크 기술을 적용한 클래시스의 ‘슈링크홈’ 등 가격 합리성과 안전성, 기술력을 동시에 갖춘 제품들이 이미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며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는 여드름, 탈모 치료가 가능한 홈 디바이스도 출시된다고 하니 우리는 그저 집에서 잠옷 차림으로도 아름다워질 수 있는 시대를 한껏 누리면 된다.

일상의 오아시스가 된 카페
요즘 사람들은 다 함께 술을 마시는 것보다 카페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는 편을 더 편안하게 느낀다. 건강이나 개인 시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저도주, 무알코올 음료 시장이 확대된 것과도 연관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외식 비용 상승이라는 분석이다. 식당에서의 점심 한 끼 가격이 1만 원을 넘어서면서 그보다 적은 금액으로 음료와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카페 메뉴가 합리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청담동을 중심으로 올데이 브런치 카페가 인기를 끈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선택이었다면, 이제는 합리적인 가격에 건강한 음식을 즐기려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카페들은 커피 맛을 경쟁력으로 삼는 것을 넘어 식사에 가까운 든든한 메뉴를 선보이는 것에 공을 들인다. 지난가을 문을 연 프릳츠 장충점은 파라다이스 R&D팀과 협업해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가 참여한 메뉴로 화제를 모았다. 아침에는 러너를 위한 샐러드와 건강식을, 점심과 저녁에는 라자냐, 파스타, 닭강정 같은 레스토랑급 메뉴에 밤에는 와인 페어링까지 가능하게끔 한 것. 카페는 이제 하루 중 아무 때나 찾아가 허기를 달랠 수 있는 도시 생활의 오아시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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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주혜
Illustrator 송연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