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 이상은 가라, 우리에겐 거지맵이 있다
거지맵 개발자 최성수올해 상반기 가장 뜨겁게 성장한 앱이 있다면 다름 아닌 거지맵이다. 내 주변의 저렴한 식당을 알려주는 ‘거지맵’은 출시하자마자 입소문을 타고 큰 인기를 얻었다. 거지맵은 절약을 궁색하거나 부끄러운 행동이 아닌, 유쾌한 생활 감각으로 바꿔놓았다. 개발자 최성수는 절약이 단순히 돈을 모으는 기술이 아니라 불확실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힘이라고 믿는다.
거지맵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몇 년 전부터 유행하던 오픈채팅방인 ‘거지방’을 알고만 있다가, 올해 초 직접 들어가 보게 됐어요. 처음엔 유머 코드가 잘 맞아 들어갔는데, 생각 보다 더 재밌더라고요. 계속 몰입하다 보니 거지방의 서사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거지방 안에서 공유되는 저렴한 식당 정보들이 유튜브나 SNS, 블로그에 흩어져 있었는데, 그걸 한곳에 모아 시각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단기간에 이렇게 주목받은 앱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출시 한 달 정도 됐는데, 누적 방문자 수가 180만 명이에요. 다운로드는 12만 건 정도고요. 출시 직후에는 ‘앱 이름이 왜그러냐’ ‘우리 가게가 왜 거지맵에 등록됐냐’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죠.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먼저 등록하고 싶다는 가게가 늘어나고 있어요. 한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도 ‘앱을 너무 잘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뉴욕에 사는 플랫폼 개발자에게 거지맵에 영감을 받아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연락도 받았어요. 그럴 때마다 얼떨떨하고 뿌듯하기도 해요.
이렇게까지 반응이 뜨거울 줄 예상했나요?
정확히 예측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기대는 했어요. 고물가·고환율에다 유가까지 급등하는 요즘 분위기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거지맵’이라는 이름 자체의 힘이 크다고 봐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인 ‘거지방’ 특유의 유머와 해학적 문화를 이미 경험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 서사를 앱에서도 잘 이어나가고 싶어요. 절약이 단순히 궁색함이 아니라 각자가 직면한 상황을 유쾌하게 헤쳐나가는 하나의 방식이 되고 있죠. 결국 거지방 문화는 지금 청년들이 처한 현실과 생존 방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서사라고 생각해요. 거지맵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해주는 이유도 그 때문이고요. 만약 이 서비스가 몇 년 전에 나왔다면 거부감이 훨씬 컸을 것 같아요. 하나의 서비스나 제품이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과 분위기와도 잘 맞아떨어져야 하니까요.
거지맵 안에서도 가격 기준이 꽤 세세하게 나뉘어 있더라고요. 어떤 기준으로 운영하고 있나요?
사용자들이 직접 등록, 삭제, 신고, 평가할 수 있는 위키 형태의 플랫폼이에요. 기본적으로는 지역별·메뉴별 필터로 운영되고 있어요. 지금은 대부분 지역에서 8000원을 최대 기준으로 매장을 선별해요. 강남, 판교, 상암 같은 이른바 ‘법인카드 상권’은 최대 1만 원까지 허용하고요. 물가 상승 압력을 못 이겨 나중에는 기준이 오를 수도 있지만, 지금은 거지맵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 금액을 엄격하게 잡는 편이에요. 메뉴별 기준도 달라요. 예를 들어 냉면도 냉면집 단품 5000원이랑 고깃집 후식 냉면 4000원은 완전히 다르잖아요. 이러한 세세한 부분은 유저들의 판단과 피드백을 많이 반영해요. 저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고요. 짜장면, 칼국수 같은 단순 탄수화물 메뉴는 보통 5000원 안팎을 기준으로 보고요. 반찬이 다양하게 나오는 백반류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높은 가격도 허용하는 편이에요. 같은 가격이라도 영양 성분이 괜찮으니까요.
가격뿐 아니라 영양까지 고려하는 거네요. 평소 외식비나 물가에 관심이 많았나요?
몇 년 동안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외식도 거의 안 했어요. 집에서 직접 요리하면서 ‘이 정도는 비싸다, 혹은 괜찮다’는 기준이 자연스레 몸에 밴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음식이나 재료의 단가도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거부감이 들 정도로 음식값이 비싸다면 등록하지 않아요. 예를 들면 제 안에서는 아직도 고등어 백반이 8000원 정도예요. 그런데 요즘은 1만2000원씩 하잖아요. 그러면 심리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거죠. 다만 영양적 측면도 최대한 고려하고자 해요. 이왕이면 같은 돈으로 영양적으로 좋은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은 당연하니까요. 단순히 탄수화물로 허기를 채울 거라면 집에서 끓여 먹는 라면이 가장 싸고 간단하지 않을까요?(웃음) 거지맵은 절약과 영양, 그 중간 어딘가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집밥을 꾸준히 해 먹기가 쉽지 않은데, 원래부터 절약이 몸에 배어 있었나 봐요.
평소에도 지출을 통제하는 편이에요. 설거지는 일이지만 요리 자체는 저한테 힐링 같은 거예요. 대신 효율을 많이 따져요. 한 번 만들 때 다섯 끼 정도 분량을 만들어두고, 다음 날 또 다른 메뉴를 다섯 끼 만들어서 번갈아 먹는 식이죠. 그렇게 하면 질리지도 않고 시간도 아낄 수 있어요. 나름의 절약 팁이랄까요.(웃음)
그 외에 평소 소비 기준이나 절약 방식도 궁금해요.
‘지속 가능한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소비보다는 오래 남는 쪽에 돈을 쓰려고 해요. 일부러 먹는 즐거움의 기준도 끌어올리지는 않으려고 하고요. 고기 맛도 먹어 본 놈이 안다고, 너무 좋은 걸 계속 경험하면 그 기준으로만 살게 되잖아요. 소비를 일부러 지연시키기도 해요.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바로 안 사고 오래 봐요. 그러다 나중에 보면 별로인 경우도 많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도 계속 갖고 싶으면 그때 사죠. 그러다 보면 가격이 떨어질 때도 많고요. 지금 제가 신고 있는 신발도 15만 원이었는데 1년 뒤 사니까 5만 원이 됐어요.(웃음) 오래 고민해서 산 만큼 행복감도 더 커지더라고요.
앞으로 절약의 의미가 달라질 거라고 보나요?
절약이 점점 생존의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전에는 투자나 자산 형성을 위해 돈을 모았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더 가까워질 것 같아요. 단순히 자산을 어떻게 모으고 관리하는가의 차원을 넘어, 사회 구조와 시장 전체가 크게 바뀌고 있으니까요. 취업 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AI로 인해 일자리에 대한 불안도 크죠. 그렇게 되면 결국 개인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건 소비를 통제하고 버티는 힘을 기르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나에게 절약이란?
삶 그 자체예요. 어떤 때는 투자를 위해, 어떤 때는 생존을 위해 절약했거든요. 지금은 그 절약 덕분에 새로운 기회까지 얻었죠. 특히 팬데믹 시기에 자산 시장이 크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투자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어요. 공부를 해보니까 마음이 조급하지만 않으면 자산을 불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처음에는 미래를 위한 전략으로 절약을 했죠. 그런데 경제 상황도 안 좋아지고, 개발 시장도 AI 영향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회사를 나오게 됐어요. 그때는 절약이 생존에 가까운 것이 됐고요. 결국은 어디에도 의존하지 않고 혼자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게 지금의 목표예요. 최대한 빨리 스스로 살아남을 기반을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 거지맵을 어떤 플랫폼으로 키워가고 싶나요?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하고 있어요. 하나는 사용자와 가게가 함께 상생하는 구조를 만드는 거예요. 사용자들은 저렴하게 식사를 할 수 있어 좋고, 가게들은 광고 없이도 손님이 찾아오면서 매출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거죠. 그렇게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획일화된 시장 안에서 오래된 가게들이나 작은 식당들도 살아남아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장기적으로는 절약이나 재테크를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단순히 저렴한 식당을 찾는 걸 넘어 앱 테크를 하거나 절약 정보도 공유하고요. 나아가서는 소비기한 임박 상품이나 재고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플랫폼처럼 ‘절약’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다양한 서비스들을 연결해보고 싶어요.
거지맵 사용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다들 식사 한 끼만큼은 잘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기왕이면 건강하게요. 싼 게 비지떡이라고, 가격만 저렴하고 만족도가 떨어지는 곳도 있을 거예요. 그런 곳은 제보해주시고 피드백도 주고받으면서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문화를 지켜나갔으면 해요. 작게나마 생활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갈 테니 거지맵을 많이 이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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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희성
Photographer 김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