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TY IS A SKILL 🛡️
본능에 기대는 대신, 자신과 서로를 지키는 법을 연습하는 세계의 호신 교육

목격자를 행동하게 하는 교육
누군가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직접 맞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따라서 피해 방지 교육이나 폭력 대응 교육 만큼이나 ‘목격자 교육’이 중요한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라이트 투 비(Right To Be)는 목격자가 자신의 안전을 지키면서 행동할 수 있도록 ‘5Ds’ 규칙을 가르친다. 가해자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디스트랙트(Distract)’, 주변 사람이나 책임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델리게이트(Delegate)’, 상황을 기록 하는 ‘도큐먼트(Document)’, 사건이 끝난 뒤 당사자를 살피는 ‘딜레이(Delay)’, 가해 행동을 분명히 지적하는 ‘다이렉트(Direct)’다. 다섯 가지 가운데 네 가지가 간접적인 방법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인종과 종교, 성별, 장애, 이민자 정체성에 따른 괴롭힘부터 직장과 학교, 온라인 공간까지 상황별 교육을 운영하며 실제 사례를 놓고 안전한 대응을 연습한다. 호신의 주체를 피해 당사자 한 사람에서 그 곁에 있는 사람 모두로 넓히는 교육이다.

두려움까지 포함한 훈련
호신 기술을 열심히 익혀도 위협을 마주한 순간 즉각 몸을 움직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임팩트 퍼스널 세이프티(IMPACT Personal Safety)는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 강사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특수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가상의 공격자가 되어 실전 훈련을 진행한다. 참가자는 실제 공격을 재현한 상황에서 상대를 전력으로 타격하고 빠져나오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대표적인 16시간 기본 과정에서는 낯선 사람뿐 아니라 아는 사람이 가하는 위협을 가정해 위험을 인지하고 대응하는 법도 함께 익힌다. 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참가자도 안전하게 배울 수 있도록 비판이나 평가가 없는 지지적인 환경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 공포와 긴장 속에서도 얼어붙지 않고 대응하는 경험을 몸에 새기는 호신 교육이다.

디지털 공간의 위험에 대처하기
계정 탈취와 사칭, 동의 없는 이미지 유포처럼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범죄와 폭력은 비밀번호 하나를 바꾼다고 끝나지는 않는다. 피해자의 일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긴 싸움과 노력이 필요한 어려운 문제다. 파키스탄의 여성 주도 비영리단체 디지털 라이츠 파운데이션(Digital Rights Foundation, DRF)은 디지털 보안 교육과 피해 대응을 제공하는 단체다. ‘하마라 인터넷(Hamara Internet)’을 통해 여성과 소녀에게 사이버 괴롭힘 대처법과 안전한 인터넷 사용법을 가르치고, 2016년에는 사이버 괴롭힘 전담 헬프라인을 열었다. 무료·비밀 보장을 원칙으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현재 ‘디지털 시큐리티 헬프라인’으로 확장되어 해킹과 피싱, 디지털 감시, AI로 조작된 이미지 등에 관한 기술 조언부터 유해 콘텐츠 삭제, 법률 지원과 심리 상담까지 연결한다. 2025년 한 해 접수된 신규 상담만 3012건. 디지털 호신을 개인의 주의력에 맡기지 않고 교육과 지원, 회복의 과정으로 만든다.

싸우는 힘을 내 것으로
친구가 가정폭력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요르단의 태권도 선수 리나 칼리페는 2012년 암만에 여성 전용 자기방어 스튜디오 쉬파이터(SheFighter)를 열었다. 태권도와 킥복싱 등 여러 무술을 바탕으로 펀치와 킥, 반응 속도, 상황별 방어 기술을 단계적으로 훈련하는 프로그램이다. 초급부터 마스터까지 레벨을 나누고 강사를 양성해 각 지역의 여성이 다시 다른 여성을 가르치게 하는 방식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지금까지 35개국에서 3만 명 이상의 여성을 훈련하고 700명 이상의 강사를 키워냈다. 위기의 순간에 몸을 지키는 기술을 넘어 자신의 신체를 믿는 감각과 여성 주도 커뮤니티까지 키우는 호신 운동이다.

안전한 밤은 공간이 만든다
밤의 안전을 개인의 경계심에만 맡길 수 있을까. 클럽, 공연, 축제 등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공간, 특히 밤 시간에 진행되는 이벤트는 각종 사고가 따르기 쉽다. 2014년 영국에서 시작한 비영리단체 굿 나이트 아웃 캠페인(Good Night Out Campaign)은 술집과 클럽, 공연장, 축제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의 운영자와 직원을 교육한다. 단순히 신고 방법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간별 성희롱·성폭력 대응 정책을 마련하고, 직원들이 사건을 알아차려 피해자의 말을 듣고 적절히 지원하는 방법을 익히게 한다. 교육과 정책 검토를 마친 공간에는 캠페인 포스터와 배지, 바 매트 등을 제공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현재까지 296개 기관의 5870명을 교육했다. 위험을 피해 다니는 법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안전을 책임지는 법을 훈련하는 호신 교육이다.

‘조심해’ 대신 안전을 연습하는 아이들
아이에게 ‘조심해’라고 당부하는 것과 위험 앞에서 무엇을 할지 몸으로 익히게 하는 것은 다르다. 1989년 시작한 키드파워 인터내셔널(Kidpower International)은 아동과 청소년에게 일상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기술을 가르친다. 아이들은 안전하지 않은 상황을 알아차려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믿을 만한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법을 상황별로 연습하기도 한다. 학교와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괴롭힘이나 부적절한 접촉도 막연한 공포보다 구체적인 행동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 아이들은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기술까지 배운다. 연령과 장애 유무에 맞춰 교육을 조정하고 부모와 교사가 이를 이어서 가르치도록 돕는 것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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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홍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