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얼굴을 알린 아역 배우 김태연과 이천무. 

이제 막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이들은 촬영장에서는 성인 배우 못지않은 존재감을 내뿜지만, 일상에서는 평범한 10대 청소년이다. 

이들의 요즘 관심사와 고민은 뭘까. 애순과 관식이 아닌 태연과 천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포문을 열며 강렬하게 눈도장 찍은 아역 배우 김태연과 이천무를 만났다. 

수줍게 인사를 건네길 잠시, 때로는 아이 같고 때로는 어른 같은 말투로 또박또박 자기 생각을 이어가던 둘. 천진난만한 미소에서 왠지 모를 단단함이 느껴졌다.

(김태연) 후드 집업 ICEBISCUIT, 데님 팬츠 KIME, 이너 톱·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이천무) 스타디움 재킷 LUCKYTRY, 팬츠 ICEBISCUIT, 이너 티셔츠·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올 상반기 최고의 드라마로 꼽히는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가 여전히 화제예요. 극 중 핵심 인물인 ‘애순’과 ‘관식’의 아역으로서 소감이 남다르겠어요.


김태연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예전부터 팬인 아이유 언니의 아역을 맡아서 정말 좋았어요. 김원석 감독님과 <아스달 연대기>를 같이 했었거든요. 이번 드라마 오디션 때 ‘무조건 해야겠다’ 다짐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천무 처음엔 박보검 배우님 아역이라고만 들었어요. 그런데 아역이면 성인 배우를 좀 닮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합격했다고 연락이 와서 기쁘면서도 좀 의아하긴 했어요.(웃음) 어쨌든 붙었으니까 최선을 다해 연기해야겠다 싶었는데, 요즘 어린 관식이가 잘해줬다는 칭찬을 많이 들어서 너무 감사해요. 대작에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에요.


촬영 당시에도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요?


김태연 김원석 감독님, 아이유 언니, (박)보검 오빠까지 너무 유명한 분들이 참여하니까 일단 되게 재미있을 것 같았지만 내용은 너무 슬퍼서 ‘사람들이 슬픈 드라마 안 좋아하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을 가끔씩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잘돼서 정말 좋아요. 

이천무 워낙 다 유명하시잖아요. 저는 제가 나오는 대본만 받았는데도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다른 내용도 궁금해서 대본 리딩 현장에 가봤는데, 그때 대박을 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대가 많이 됐었어요. 

김태연 분량이 많았고, 오디션 때도 대본이 너무 길어서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드라마가 나오고 이렇게 잘되니까 약간 민망하기도 해요. 학교에서도 남자애들이 제 대사를 막 따라 하기도 하고요.(웃음) 

이천무 저한테도 애들이 자꾸 ‘대스타’라고 불러서 좀 부끄러워요.


시대적 배경이 캐릭터에 녹아 있어서 연기하며 공감되는 부분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김태연 유튜브에서 옛날 학교생활 영상들을 찾아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막상 연기해보니까 그 시대가 좋았던 것 같아요. 

이천무 교복이 요즘이랑은 달라서 놀랐고, 예전에는 다들 머리를 짧게 잘랐대요. 불편할 거라 생각했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막상 잘라보니까 시원했어요. 근데 촬영 때 애들이 진짜 많았어요. 교실에 책상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좁았고요. 그때는 한 반에 학생이 가득했대요. 저희 반은 24명이거든요.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김태연 저는 두 작품을 준비 중이에요. 모두 5월에 촬영에 들어가는데, 하나는 저희 둘이 같이 나와요. 에피소드는 달라서 서로 못 봐요. 

이천무 내일 그 드라마 대본 리딩 현장에 가요. 


둘 다 데뷔한 지 5년이 넘었어요. 탄탄한 필모그래피도 눈에 띄고요. 어떻게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됐나요? 


이천무 누나가 어린이 모델이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저를 집에 혼자 두고 나갈 수가 없어서 계속 데리고 다녔거든요. 누나랑 같이 방송에 나온 적도 있어요. 그러다가 6살 때 드라마 오디션을 봐보라고 추천받아 그때부터 오디션 보고 드라마를 찍기 시작했어요. 

김태연 제가 4살 때 TV를 보다가 엄마한테 “엄마 나 TV” 하면서 가리켰대요. TV에 한 번 나와보고 싶었나 봐요. 어린이 모델로 먼저 활동하고 광고도 찍다가 7살 때부터 드라마도 하게 됐어요. 


같이 출연하는 아역 배우를 제외하면 주로 어른들과 일하는 환경이라 장단점도 있었겠어요. 


김태연 제가 연기할 때 이렇게도 해보라고 가르쳐주시고 되게 잘해주셨어요. 저 혼자 촬영할 때도 엄청 더운 날 계속 지켜보다가 감독님이 오케이 하니까 멀리서 잘했다고 박수도 쳐주시고요. 

이천무 저는 낯을 많이 가리고 조용한 성격이에요. 그래서 아역 배우 친구들이랑 있으면 친해도 지칠 때가 있었거든요. 


화이트 셔츠 PRADA, 원피스 JOHNNY HATES JAZZ, 넥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른들하고 있으면 차분하니까 오히려 좀 편한 것 같기도 해요. 촬영 사이사이 대기 시간에는 무엇을 하나요? 


이천무 저는 남는 시간에 다른 분들 촬영을 모니터링해요. 재미있기도 하고 저한테도 도움이 많이 되고요. 그리고 그걸 좋아하는 감독님이 많아요. 좋은 자세라고요. 현장이 좀 좁거나 물건 많고 복잡할 때는 그냥 대기실에서 책을 읽거나 자거나 해요. 

김태연 저도 천무처럼 제 신을 찍기 전이나 끝내고 나면 뒤에서 구경해요. 집에 가야 하지만 촬영 현장도 좋고 뭔가 가기 싫은 마음도 들거든요. 그리고 가까이서 유명 배우님들의 연기를 볼 수 있는 기회잖아요. 한 촬영 끝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는 잠깐 자고, 도착해서 엄마랑 대사 한번 맞춰보거나 문제집 풀거나 큐브 맞추거나 폰으로 테트리스 게임을 해요.


학교생활과 병행하기가 힘들지는 않나요? 또래 친구들에 비해 일찍 사회 경험을 쌓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듯해요. 

김태연 원래 중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입학해보니 선생님도 좋고 급식도 진짜 맛있는 거예요. 한 달에 한 번씩 점심시간마다 체육관에서 노래방처럼 마이크를 연결해 원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도 너무 좋아요. 축제도 하고요. 초등학생 때보다 더 행복해요. 

이천무 사실 학교 빠지는 게 좋긴 좋은데, 맛있는 급식 메뉴가 나오거나 제가 좋아하는 과목 수업이 있는 날일 때는 아쉬워요. 저는 사회랑 체육 좋아하거든요. 학원도 공부하는 거 말고 복싱이랑 아이스하키 배우러 다녀요.
김태연 저는 운동 학원까지 가기엔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서 지금은 수학이랑 영어 학원만 다녀요. 

이천무 촬영장에서는 연기만 열심히 하면 되고 학교에서는 학생 역할을 잘하면 되니까 힘들지는 않아요. 더 커서 책임져야 할 게 많아지면 어려울 수도 있는데,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근데 예전에 일주일 내내 새벽 촬영을 하면서 힘들긴 했어요.


이 외에도 최근 들어 떠오르는 고민이 있다면요?


이천무 긍정적인 성격이라 큰 고민 없이 매일이 즐거워요. 근데 한 번씩 어려운 연기는 어떻게 해야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김태연 곧 시험인데 공부를 안 했어요. 이제 2주 남았거든요. 성적이 잘 나올지 걱정이에요. 


학업 스트레스는 없어요? 방과후나 주말에는 보통 어디 가서 뭐 하고 놀아요?


이천무 4학년 때 촬영이 많아서 계속 결석해서 수업을 못 들었거든요. 그때 시험 문제를 너무 많이 틀려서 조금 속상했어요. 시간이 남을 때는 게임을 하거나 TV를 봐요. 요즘 제일 인기인 ‘브롤스타즈’라는 휴대폰 게임이에요. 트로피도 많이 모았어요. 

김태연 제가 INFJ거든요. 집순이여서 몇 달에 한 번씩 주말에 친구들 만나서 놀고 그래요. 집에서는 숙제하거나 혼자 드라마나 넷플릭스를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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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멋진 아이돌 그룹이나 꾸미는 것에도 관심 많을 나이예요. 친구들과의 주된 대화 소재는 뭐예요?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은요? 


이천무 친구들 사이에서 딱히 유행하는 건 없어요. 그리고 “축구 할래?” 같은 거 말고는 서로 불필요한 말을 안 해요. 제가 느끼기에는 게임이랑 축구 얘기를 제일 많이 해요. 교실에서도 오른쪽은 남자애들 노는 데고, 왼쪽은 여자애들로 딱 갈라져요. 

김태연 남자애들은 게임 얘기를 하는데, 여자애들은 “집에 무슨 일이 있었다” “이 드라마 봤냐” 하면서 연예인 얘기도 하고 시험이나 공부에 대해 물어보고 그래요. 생일이면 다이소에서 파는 공주 세트로 서로 꾸며주고 돌아다니기도 해요. 


닮고 싶은 롤 모델은 누구예요? 다들 자기만의 추구미가 있잖아요. 


김태연 무조건 아이유 언니. ‘가을 아침’ 노래 나왔을 때부터 좋아했거든요. 그때는 연기하는 줄 몰랐어요. 아이유 언니랑 촬영 때는 만난 적이 없는데 촬영 끝나고 지나갈 때 멀리서 알아보시고 인사해주고, 마지막 촬영 날 커피차도 보내주시고 콘서트에도 초대해주셨어요. 

이천무 저는 작품 때마다 매번 바뀌어요. <폭싹 속았수다> 때는 박보검 배우님이 롤 모델이 됐어요. 단점이 없어요. 바른 말, 바른 행동만 하시고 사람들 다 배려해주고,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그리고 진짜 부러운 게 영어를 잘하세요. 저는 영어가 재미도 없고 잘 못하거든요.


다가오는 여름방학 계획은요? 여행이나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운동이 있나요?


이천무 이모가 제주도에서 펜션을 하셔서 이번에도 가서 바다를 보려고 해요. 외국은 스페인에 가보고 싶어요. 제가 레알 마드리드 팀 선수들을 좋아해서 스페인어도 공부해보고 싶고요. 산티아고 순례길도 책으로 봤을 때 풍경이 멋있었어요. 

김태연 촬영도 하고, 엄마랑 둘이서 일본 여행 가기로 했어요. 몇 년 전에 유튜브에서 아이유 언니가 ‘너랑 나’를 일본어로 부르는 걸 봤거든요. 그래서 따라 하다가 지금은 저 혼자 일본어를 공부하는 중이에요. 


평범한 10대로서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뭐예요? 


김태연 저한테 가장 중요한 건 가족. 일단 부모님이 저를 낳아줬고 언제나 같이 있잖아요. 필요할 때마다 가족들이 저를 도와주고요. <폭싹 속았수다> 찍으면서 더 느꼈어요. 그리고 촬영할 때 함께하는 많은 스태프분들이랑 배우들이요. 촬영장 들어가면서 저는 한 명도 빠짐없이 다 인사를 하거든요. 다음에 만났을 때도 저를 좋게 생각해주시고 알아보시면 좋은 인연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럼 계속 오래 만날 수 있잖아요.

이천무 명예요. 그래도 조금 알려졌으니까 제 이름의 무게가 가볍지는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한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 책임질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어쨌든 일반인이어도 누군가는 나를 아니까 바르게 내 명예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다음은 가족이요. 언제나 제 편이잖아요. 명예가 먼저인 이유는 일단은 나부터 잘해야 되니까.




" 촬영장에서는 연기만 열심히 하면 되고 학교에서는 학생 역할을 잘하면 되니까 힘들지는 않아요. 

더 커서 책임져야 할 게 많아지면 어려울 수도 있는데,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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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전혜라

Photographer 김시진

Hair & Make-up 김채은

Styling 이진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