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메기가 된 호반그룹
김상열 회장이 35년 만에
그룹을 일군 비결
산업 전반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와 움직임은
우리의 생활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지금 주목할 만한 경제계 뉴스와 소식들.
이미지 출처 ㅣ 각 그룹 홍보팀, 연합뉴스
호반그룹 김상열 회장
호반그룹이 재계의 ‘메기’로 떠올랐다. LG그룹의 지주사인 LS의 지분을 3% 인수한 데 이어 대한항공의 모기업이자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도 추가 매입한 것. 이로써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측과의 지분 차이를 1.77%p까지 좁혔다. 호반그룹은 ‘단순 투자’라고 밝혔지만 장기적으로 경영권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진칼 지분 매입하는 호반그룹,
조원태 경영권 위협?
이미지 출처 ㅣ 각 그룹 홍보팀, 연합뉴스
한진그룹은 지난달
LS그룹과 동반 성장·주주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사업 협력과 협업을 강화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재계에 따르면 최근 호반그룹은 ㈜호반과 호반호텔앤리조트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1.01%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매입 금액은 294억 원.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은 17.9%에서 18.46%로 늘었다.
이미지 출처 ㅣ 각 그룹 홍보팀, 연합뉴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20.23%를 보유하고 있는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일가와 지분 차이가 1.77%p에 불과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진칼 주가는 이틀 동안 상한가를 기록했다. 물론 조 회장의 우호 세력인 델타항공(14.9%)과 산업은행(10.58%)을 합치면 당장 호반그룹의 지분이 경영권에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산업은행도 “당장 한진칼 지분을 팔 계획이 없다”며 적대적 M&A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영원한 우군도 적군도 없는 법. 산업은행이 언제 지분 매각에 나설지는 알 수 없다. 특히 김상열 회장(64)은 건설업에서 벗어나 그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항공업 등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2015년 아시아나항공의 모기업인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2022년에는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사모펀드 KCGI로부터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듬해에는 팬오션으로부터 5.85%의 지분을 다시 사들였다. 호반그룹의 지분 취득을 단순 투자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호반그룹은 올해 초에는 계열사인 대한전선과 특허 소송 중인 LS그룹의 지주사인 LS의 지분 3%를 취득했다. LS는 경영권 승계를 해결하려고 대주주가 주가를 인위적으로 누르고 있다는 의혹까지 받는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이다.
호반그룹은 이 역시도 단순 투자라고 했지만, 이를 믿는 투자자들은 별로 없다. 호반그룹의 계열사는 30개가 넘는다. 대한전선과 리솜리조트(현 호반호텔앤리조트), 언론사인 EBN과 서울신문 등이다. 전자신문은 인수했다가 더존비즈온 그룹에 매각했다. 특히 서울신문은 김 회장이 인수 이후에 모든 직을 내려놓고 서울신문 회장직만 유지할 정도로 애정이 깊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계열사에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중심으로 농수산물 도매업을 하는 대아청과와 삼성금거래소가 있다는 것이다. 호반그룹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을 때 한 검찰 관계자는 “금거래소의 정체가 뭐냐”며 의혹의 시선을 던졌다고 한다. 호반그룹은 서서울CC와 H1 골프장도 보유하고 있다. 김상열 회장은 골프 마니아로 현재 KPLGA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ㅣ 각 그룹 홍보팀, 연합뉴스
최근 한진칼 지분을 장내 매수하며
조원태 회장 일가와의 지분 차이를
1.77%p까지 좁힌 호반그룹
1989년 작은 건설사로 시작,
35년 만에 대기업 변모
김상열 회장은 대표적인 자수성가 기업인이다.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일찍부터 사회생활에 뛰어들었고, 1989년 자본금 1억 원, 직원 다섯 명으로 ‘호반주택’을 설립했다. 그것이 호반그룹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호반그룹은 35년 만에 자산 총액 13조 원이 넘는 대한민국 재계 34위의 대기업 집단으로 성장했다. 김 회장이 사업에 성공한 비결은 현금 결제에 있다. 어음을 절대 쓰지 않고 현금으로만 결제했고, 이는 다른 건설사들이 글로벌 금융 위기 등 갑작스러운 경기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때 호반건설이 승승장구한 비결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호반그룹은 작년 말 기준 유동자산이 7조 원, 이익잉여금만 5조 원에 달하는 등 소위 ‘총알’이 풍부하다. 또 김 회장은 아무리 절친한 친구나 지인이 얘기하더라도 협력 업체 선정은 투명하게 하고, 정치권을 멀리한 채 사업에만 몰두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김 회장은 우현희 여사(63, 태성문화재단 이사장)와 결혼해 슬하에 장남 김대헌 호반건설 총괄 사장(42), 장녀 김윤혜(40) 호반프라퍼티 부사장, 김민성(38) 호반산업 전무를 두고 있다. 그룹은 이미 2세들에게 승계된 상태다. 김대헌 사장은 김민형 SBS 아나운서와 결혼했다. 김 전 아나운서는 결혼과 함께 SBS를 그만뒀고, 지난해 초에는 호반건설 커뮤케이션 실장(상무)으로 부임했다. 하지만 홍보실 개편 과정에서 임원을 다른 부서로 발령시키는 등 사실상 공중분해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홍보실 임원이었던 인물은 다른 부서로 이동한 뒤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숨은 실세는 우현희 여사
김상열 회장과 문무일 전 검찰총장의 각별한 관계 김 회장과 우 여사는 저축은행 고객과 행원으로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이 청년 시절 하루가 멀다 하고 은행을 찾아 예금을 했고, 이를 유심히 본 은행 지점장이 행원이었던 유현희 여사에게 ‘성실한 청년인 것 같으니 만나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우 여사는 김 회장이 사업을 하면서 위기에 몰렸을 때도 자금 면에서 도움을 줬고, 이 때문에 우 여사 쪽의 입김이 여전히 세다고 알려져 있다. 우 여사는 호반그룹에 이렇다 할 직책이 없지만, 직원 채용 면접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김상열 회장의 인맥을 말할 때 빠지지 않은 인물이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다. 두 사람은 친구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이 2010년 서울신문을 인수한 뒤에 퇴임한 문 전 총장에게 감사 자리를 제안한 일은 유명하다. 표면적으로는 문 전 총장과 고려대 81학번 동기인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 내정자가 “검찰총장까지 지낸 인물이니 서울신문 위상에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했다”며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김 회장이 문 전 총장에게 제안했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검찰총장 출신이 신문사 감사직을 맡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 많았지만, 문 전 총장은 친구인 김 회장의 부탁이었기 때문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문 전 총장의 취업을 불승인한 것이다. 문 전 총장은 2023년 공정위가 계열사 13개를 신고 누락한 혐의로 김상열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한 사건에서는 박찬호 전 광주지검장과 함께 변호를 맡기도 했다. 김 회장과 문 전 총장의 인연은 오래됐다. 일부에서는 “광주일고 동기다” “광주일고 동기는 아니고 광주에서 같은 시절에 다른 학교를 다니면서 알게 됐다”고 하지만 실제는 이와 다르다. 김 회장과 문 전 총장 사이에는 한 명의 인물이 또 있다. 바로 문 전 총장과 광주일고 동기이자 의사로 일하는 A씨다. A씨와 김상열 회장은 군 입대 이후 훈련소에서 만나 자대 배치를 받고도 서로 편지를 주고받을 만큼 막역한 사이였다고 한다. 제대 이후 A씨가 문 전 총장에게 같이 한번 보자고 한 게 김 회장과 문 전 총장의 첫 인연이다.
명리학자,
“김상열 회장, 이병철만큼 돈 번다”
김 회장과 문 전 총장이 같이 사주를 본 얘기도 유명하다. 문 전 총장이 검사 생활을 시작하고, 김 회장이 건설업 기틀을 마련하던 시절 두 친구와 함께 사주를 봤다고 한다. 그 당시 명리학자는 김 회장이 많은 돈을 벌 것이라고 예견했고, 심지어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만큼 벌 수도 있다고 했다고 한다. 문 전 총장에게는 잘나가겠지만 끝까지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고 한다. 사주대로 김 회장은 호반건설을 일궈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문 전 총장은 검찰총장까지 지냈다. 일부에서는 문 전 총장이 검찰총장이 되었으니 사주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호남 출신인 문 전 총장이 발탁됐다. 자신의 사주도 사주지만, 주변 환경이 바뀌면서 운이 트였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 문 전 총장과 김 회장은 지금도 부부 동반으로도 만날 만큼 막역한 사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자수성가해 지금의 호반그룹을 일군 입지전적 인물이다. 자수성가한 인물들의 특성은 자신의 판단으로 성공한 만큼 주변의 조언이나 충언을 잘 듣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문 전 총장도 김 회장에게 조언할 때 선을 넘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호반그룹은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HMM(옛 현대상선)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대출을 일으키는 레버리지 투자를 지양하면서 사업을 일궈온 김상열 회장. 풍부한 자금력을 토대로 식성 좋게 여러 기업을 인수하고, 지분을 매입하고 있는 호반그룹. 김상열 회장이 HMM까지 인수하면 그야말로 자수성가의 신화를 쓰며 재계의 판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김상열 #김상열회장 #호반그룹 #대한항공 #조원태 #조원태회장 #한진칼
Editor 주부생활 편집팀
Courtesy of 각 그룹 홍보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