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임종룡과 이복현의
‘총성 없는 전쟁’
그들은 왜?
우리금융그룹이 포스증권(현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이어
금융당국으로부터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승인받았다.
은행 이외에는 이렇다 할 캐시카우가 없어
반쪽짜리 금융그룹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날
주춧돌을 세운 셈이다.
그 중심에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있다.
(위)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아래)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
임종룡 회장은 계엄 사태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윤석열 정부로부터 강하게 퇴직 압박을 받는 궁박한 처지였다. 임 회장의 퇴진을 노골적으로 언급하며 밀어붙인 당사자는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다. 그런데 두 인물이 애초에는 이른바 케미가 통하는 관계였다고 하면 의아할 수밖에 없다.
어쩌다 임종룡 회장과 이복현 전 원장은
1년여에 걸쳐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른 것일까?
임종룡, 윤석렬 정부 때 ‘롤러코스터’ 인생
임종룡 회장은 전남 보성 출신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에서 공직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명박 정부 때는 청와대 경제비서관을 지냈고, 기획재정부 1차관‐국무총리실 실장‐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거친 뒤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금융위원장에 발탁됐다. 주로 보수 정부에서 요직을 맡은 것이다. 임 회장은 고향은 호남이지만, 어렸을 때 서울로 올라와서 고향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고 한다. 임종룡 회장은 지난 정부에서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듯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일부에서는 계엄 사태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지 않았다면 회장직을 유지하는 게 힘들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임 회장은 작년 초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측의 불법 대출 의혹으로 궁지에 몰렸다. 이복현 전 금감원장은 이 사건이 터지자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 “회장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사실상 퇴진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연일 내놓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임 회장과 친윤 세력과의 관계, 특히 이복현 전 원장과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 반대로 입각 제안 거절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만 해도 임종룡 회장은 친윤 세력에게는 영입 대상이었다. 기재부 출신으로 금융위원장과 NH농협금융 회장을 역임한 임 회장에게 정권 초기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바로 대표적인 친윤계였던 장제원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전화였다. 장 전 비서실장은 임 회장에게 공직을 다시 맡을 생각이 있느냐며 의향을 물었다. 거론된 공직은 경제부총리였다. 그러나 임 회장은 개인사를 이유로 이 제안을 거절했다. 첫째는 가족, 딸의 반대가 심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할 당시 임 회장의 딸은 대기업을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야당과 언론에서 검증을 이유로 임 회장 딸의 취업 과정도 들여다봤고, 이 때문에 딸은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때 딸은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 두 번째로 아픈 손주를 돌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임 회장은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는 딸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주기를 원했다. 입각 제안을 거절한 임 회장은 2023년 초 우리금융 회장에 취임했다. 그 당시 내정된 회장 후보가 따로 있었다는 얘기도 돌았지만 임 회장은 한국투자증권 등 과점 주주들의 지원사격을 받고 바늘구멍을 뚫었다. 임 회장은 정식 취임 직전에 이복현 당시 금감원장에게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통령실 쪽에서는 임 회장의 취임을 마뜩잖아했고, 이 전 원장에게도 임 회장의 취임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어찌 됐든 이때까지만 해도 이 전 원장은 주변에 임종룡 회장을 존경한다고 말할 만큼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
임종룡을 존경한다던 이복현,
“매운맛 보여주겠다”
그러나 2024년 봄부터 이복현 전 원장과 임 회장의 관계가 틀어졌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처남의 700억 원 부당대출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다. 처남과 함께 사업을 하던 쪽에서 금감원에 제보를 했고, 이를 계기로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내부 통제에 실패했고, 금융 사고를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며 경영진의 퇴진을 압박한 것. 금감원은 부당대출의 60% 정도가 임 회장 취임 후에 집행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임 회장도 책임이 무겁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감원은 당시 조병규 은행장과 임 회장이 부당대출을 묵인한 것 아니냐며 의심을 했다. 특히 이복현 전 원장은 공개적으로 ‘매운맛’을 보여주겠다고 발언했고, 금감원은 1년 앞당겨 정기 검사에 착수했다. 여기다 검찰까지 손태승 전 회장 측의 부당대출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조병규 은행장과 임 회장의 사무실까지 압수 수색했다. 문제는 당시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위해 계약금까지 지불했다는 점이었다. 만약 정기 검사에서 경영 실태 평가 등급이 하향되면 이들 생명보험사를 인수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1550억 원의 계약금을 날리게 되는 것이었다.
계엄 사태 이후 달라진 이복현의 태도
그런데 갑자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탄핵까지 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이복현 전 원장의 태도도 돌변했다. 주변에 임종룡 회장에 대한 압박은 본인 뜻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얘기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총대를 메고 임 회장을 압박했을 뿐 자신의 판단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급기야 지난 2월에는 “우리은행 정기 검사 결과와는 무관하게 임종룡 회장은 임기를 마쳐야 한다”고 공개 발언까지 했다. 비슷한 시기 금융연수원 ‘사외이사 업무협약식’에서 환하게 웃으며 임 회장과 손을 잡았다. 매운맛을 보여주겠다며 으름장을 놨던 이 전 원장의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임 회장은 이 전 원장의 이런 태도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을까? 의외로 임 회장도 이 전 원장의 발언 취지를 안다는 식으로 주변에 얘기했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이 공격당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승인했다. 금감원이 정기 검사를 통해 경영 실태 평가에서 3급을 주면서 최종 승인이 불투명했지만, 우리금융이 제출한 내부통제 개선 계획과 중장기 자본관리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그 이행 실태를 2027년 말까지 반기(6개월)마다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는 부대조건을 단 것이다. 손태승 전 회장 측의 부당대출을 알고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은 조병규 전 우리은행장도 최근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결국 임 회장과 윤석열 정부의 1년 전쟁 속에서 등 터진 사람은 조 전 은행장이다. 조 전 은행장은 작년 말 연임의 기회가 있었지만, 부당대출 의혹에 휘말리면서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은행장에서 물러났다.
윤석열-이복현, 국정원 댓글 수사로 고초
이복현 전 원장의 행보를 이해하려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들여다봐야 한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이 전 원장은 공인회계사 합격 후 사법시험에도 합격했다. 이 때문에 기업 회계 분석에 능했고, 굵직한 검찰 특수 수사에 막내 격으로 자주 불려 다녔다. 한때 윤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 전 원장은 끈끈한 동지였다.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은 윤석열, 한동훈, 이복현 세 사람이 함께 수사에 참여했다. 2016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주도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서도 윤 전 대통령은 특검팀 수사팀장이었고, 한동훈과 이복현도 검사로 합류했다.
2020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때는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한동훈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이복현은 부장검사로 지휘 계통에 있었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때는 윤 전 대통령이 팀장을, 이 전 원장이 팀원이었다. 이 사건으로 윤 전 대통령은 좌천성 인사를 당했고, 그만큼 함께 고초를 엮은 이 전 원장에게 애틋한 감정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총선 당시 윤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대표의 관계가 틀어지자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원장은 더 끈끈한 관계가 됐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수시로 이 전 원장에게 전화했고 함께 폭탄주를 기울였다. 이 전 원장이 윤 전 대통령의 복심이 된 것이다. 이런 정황을 봤을 때 이 전 원장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퇴진을 압박한 것은 ‘용산(대통령실)의 뜻’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대통령의 의중을 받들어서 총대를 멘 것이다. 그렇다면 임 회장은 왜 용산의 눈 밖에 났을까? 온갖 설이 난무하지만, 애초부터 ‘용산’이 원하는 회장이 임 회장이 아니었다는 설과 대통령실의 청탁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얘기가 가장 유력하다. 그만큼 부당대출 의혹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응이 이례적이었다. 700억 원이라는 큰 규모의 부당대출이지만, 이보다 더 큰 사고가 났을 때도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에게까지 책임을 물은 적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이복현은 떠났고, 임종룡은 남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꽃이 열흘 동안 붉지 못하듯 권력은 십 년을 가지 못한다. 총대를 메야 했던 이복현 전 원장의 심정도 이해가 가지만, 자신이 가진 권력을 절제하면서 휘둘렀는지는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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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주부생활 취재팀
Courtesy of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