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 SO GOOD
찰칵! 진짜 류수영을 마주한 순간
하필이면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 야외에서 촬영했네요. 그런데도 지친 기색이 하나도 없어요.
오랜만에 굉장히 즐거웠어요. 최근에는 화보보다 광고나 홍보성 촬영이 많았거든요. 커머셜이나 홍보 촬영은 지향점이 뚜렷하다는 건 좋지만, 그것 때문에 제가 감춰지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화보 촬영은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잖아요. 웃고 싶으면 웃고, 안 웃고 싶으면 안 웃고. 이건 이거대로, 저건 저거대로 결과물이 멋지다는 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한 달 전에 출간한 책 «류수영의 평생 레시피»가 베스트셀러에 올랐어요. 축하드려요.
정말 놀랍고 감사해요. 요즘은 중쇄 찍는 요리책이 드물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처럼 책을 즐겨 읽는 시대도 아닌 데다 볼거리도 워낙 많고, 특히나 요리는 따라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더 감사한 마음이 커요.

유튜브 같은 접근성 높은 채널이 많은데 굳이 ‘책’이라는 매체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책으로 배우는 게 가장 오래가요. 물론 영상이나 인터넷 강의를 보고 배울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내 것으로 익히는 건 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내비게이션을 켜고 운전을 하면 목적지에 쉽게 도착할 수는 있지만 내가 어디를 지나쳐 왔는지, 어디서 어떻게 방향을 틀었는지 모를 때가 많잖아요. 다시 복기해도 기억이 잘 안 나고요. 시키는 대로만 하는 거죠. 하지만 책은 눈으로 한 번 읽고, 이해하고, 그걸 직접 해보면서 머릿속에서 수많은 작업이 일어나거든요.

군더더기 없이 알기 쉽게 잘 정리돼 있어서 요리책의 정석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책은 책장에 꽂아놓는 그런 멋있는 책은 아니에요. 오히려 조리대 근처에 대충 두고 수시로 막 펼쳐 보는 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기름이 튀고, 양념도 좀 묻고, 읽다가 좀 찢어져도 상관없어요. 주방을 지키는 전투용 노트북 같은 책이면 좋겠어요. 레시피를 한 번 읽었다고 바로 그 요리를 할 줄 알게 되는 건 아니에요. 같은 요리를 최소 두 번, 세 번은 반복해서 해봐야 ‘나 그거 만들 줄 알아’라고 말할 수 있죠.
혹시 처음 봤던 요리책이 기억나나요? 그때 자신이 요리책의 저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처음 요리책을 본 건 초등학교 3학년 때 즈음이니까 벌써 30년도 더 됐네요. 그 책 제목이 지금도 기억나요. «서양요리, 동양요리»라는 제목이 한자로 쓰인 두꺼운 양장본 책이었어요. 아버지가 교육자이셔서 집에 다양한 종류의 책이 정말 많았거든요. 어릴 때 아버지 방에 가서 책들을 보면서 노는 걸 좋아했어요. 그때 본 책이에요. 그 책에서 ‘빵’을 찾아서 엉망진창으로 따라 만든 게 제 처음 요리고요.(웃음) 원래 책을 좋아하기도 해서 책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 밀레니엄 세대라면 공감할걸요? 나만의 책을 쓰고 싶다, 그런 기분요. 그게 요리책이 될 줄은 몰랐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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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을 본떠서 ‘어남선생’이라고 부를 만큼 류수영의 레시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요. 이유가 뭘까요.
그러게요. 정말 너무나도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에요. 사실 요리는 좋고 비싼 재료를 많이 쓰고, 양념에 킥을 넣으면 맛있을 수밖에 없어요. 제가 아무리 요리를 잘해도 전문 셰프의 맛을 따라갈 수는 없을 거예요. 대신 누구나 부담 없이 ‘나도 한 번 해볼까’라고 마음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할 수 있는 그런 요리들을 소개하려고 노력하는데, 그걸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얼마 전 방송 <류학생 어남선>에 출연하면서 전 세계의 미식 도시들을 탐방했잖아요. 어땠나요?
사실 각 나라의 특별한 맛이나 요리보다 그들의 식탁 문화가 더 기억에 남아요. 특히 이탈리아 사람들은 가족을 굉장히 중요시하고, 그 중심에 ‘식사 문화’가 있더라고요. 온 가족이 둘러앉아서 일상을 나누고, 대화를 하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주까지 자연스럽게 교류를 하죠. 가족만의 레시피를 대대로 전수하면서 음식을 통해 끈끈한 정을 나누기도 해요. 그게 정말 부러웠어요. 대단한 요리를 먹는 것도 아니에요. 어딜 가나 할머니의 레시피는 똑같더라고요. ‘손에 잡히는 재료로 간은 적당히’ 이게 끝이에요.(웃음) 모두가 각자만의 간단한 레시피를 한두개쯤 가지고 있는 문화가 주는 풍요로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저만의 요리 철학이기도 해요. 그래서 책 서문에 썼죠. 부엌이 좁은 자취생, 은퇴한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요리 레시피를 만들고 싶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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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또 하나의 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연기와는 전혀 다른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본질적으로는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제가 가진 무언가를 전달하고, 그걸로 사랑을 받아 먹고사는 거죠. 어느 때에는 요리를, 어느 때에는 이야기를 전하는 것일 뿐이고요. 그런데 ‘밥하는 법’을 전달하는 일이 훨씬 쓸모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나를 따라 하는 건 사실 엄청난 신뢰감을 얻었다는 얘기잖아요. 그래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게다가 누군가의 한 끼를 책임져준다는 건 굉장히 기쁜 일이죠. 그에 반해 연기는 진짜, 정말 미치도록 재미있는 일이에요. 도파민의 영역이랄까.(웃음)
류수영의 레시피 덕분에 많은 사람이 자신을 위한 일인분의 식사 정도는 뚝딱 차릴 수 있게 되었어요.
사실 요리는 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요. 내 입에 맞는 한 끼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먹을까를 생각하고 요리하는 건 어마어마한 계산이 필요하거든요. 그걸 먼저 한 다음에 내가 먹고 싶은 요리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물론 내 취향에 맞게, 나를 위한 요리를 하는 것도 뿌듯하고 좋죠. 하지만 요리의 진짜 즐거움을 알려면 남한테 해주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방송에서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언제든 편하게 ‘밥 먹으러 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삶과 일상이 얼마나 풍요로워질까요? 그런 기분을 다들 한 번쯤 경험해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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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요리가 무엇인지 물어보려 했는데, 질문을 바꿔야겠네요. 오늘 저녁에 가족에게 해줄 요리 하나를 추천해준다면요?
오늘같이 더운 날에는 그냥 간단히 외식을 추천합니다.(웃음) 정말로 더울 때 요리하는 건 너무 힘들어요. 아무리 맛있게 먹어줘도, 요리하는 사람이 진이 빠지면 그건 요리가 아니라 힘든 노동이죠. 기분 좋게, 가벼운 마음으로. 이걸 잊지 마세요. 혹시 요리를 한다면 돼지갈비를 추천합니다. 절대 실패할 일 없고, 세상 어디에 가도 할 수 있어요. ‘양념은 정량만 묻혀서 기름에 튀기듯이’가 포인트예요. 두 번 정도 정석대로 해보면 ‘나는 돼지갈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렇게 할 줄 아는 요리를 늘려가 보세요. 생각보다 쉽고, 기대보다 훨씬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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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Editor 김은향
Fashion Editor 박유은
Photographer 주용균
Styling 박경화
Hair 이슬(디아크에이치)
Make-up 김유빈(디아크에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