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F’S SPECIAL


최고의 요리는 최적의 재료를 발견하고 가꿔가는 데에서 시작된다. 셰프가 직접 재배하거나 발효하며 그 맛을 완성해가는 특별한 재료 이야기.




주옥(Joook) - 들기름

2023년, 서울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중 하나인 ‘주옥’이 돌연 뉴욕으로 자리를 옮겼다.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미식의 장 뉴욕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 주옥의 신창호 셰프는 이국땅에서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직접 재배하고 가공까지 해내며 특별한 도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직접 재배한 들깨

들기름은 아직 해외에서 생소한 재료지만 한식의 정체성과 풍미를 결정짓는 핵심 재료예요. 고유한 맛과 향을 지닌 들기름을 얻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들깨 재배를 시작했어요.


재배 방식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용해온 종자를 들여와 뉴욕 업스테이트 농장에서 모종으로 키워 올해 7월 밭에 정식했어요. 직접 만든 퇴비를 밭에 뿌려 토양의 힘을 끌어올리고 작물 간의 순환도 고려하며 가능한 한 자연에 가까운 방식으로 재배합니다.


만드는 법

들깨를 저온에서 한 번만 짜는 냉압착 방식을 사용해요. 이후 특허 출원을 준비 중인 주옥만의 방식으로 2차 가공을 거쳐 풍미와 향을 끌어올립니다.


좋은 들기름의 특징

신선한 들깨에서 갓 짜낸 들기름은 고유의 황금색을 띠고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지니고 있어요.


주옥의 요리

코스 중 들기름이 주인공인 요리가 있어요. 접시에 도화새우, 코끼리조개, 메추리알과 캐비아를 올리고 서버가 직접 주옥의 들기름을 디켄팅하며 따라드리죠. 첨가물이나 조리가 더해지지 않은 들기름 고유의 맛과 향을 최대한으로 느낄 수 있는 요리입니다.


 

레스토랑 알렌(Restaurant Allen) - 사워도우

세계적인 수준의 미식 공간을 이끌어온 서현민 셰프는 2021년 자신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 알렌’을 오픈하고 1년 만에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되며 화제를 모았다. 식사 시작에 앞서 제철 재료 꾸러미를 선보이고 생산지 지도를 제공할 만큼 식재료에 공을 들이며, 코스에 등장하는 빵도 직접 발효시켜 구워 낸다.


묵직한 풍미의 사워도우

코스로 구성된 식사에는 탄수화물을 채우기 위한 음식이 필요해요. 프렌치 퀴진이라면 빵이 주로 그 역할을 담당하죠. 알렌의 음식과 어울리는 묵직한 풍미의 빵을 찾다 보니 직접 발효시켜 만들게 되었어요.


만드는 법

술지게미를 발효해 만든 천연 발효종에 파주 백향미를 비롯한 국내산 통밀과 보릿가루 등을 넣고 반죽해 1차 발효를 합니다. 썰었을 때 금방 마르지 않고 서빙하기 좋은 크기를 고려해 성형하고, 2차 발효를 한 뒤 매일 아침 그날 필요한 만큼의 빵을 구워요.


사워도우의 맛

알렌의 사워도우는 썰었을 때 기공이 조밀하고 무거워요. 그만큼 시중에서 판매되는 빵보다 풍미가 강하고 짙은 편이에요. 노하우는 매번 숙성을 더해가는 르방이죠. 맛이 점점 깊어지는 씨간장과 같은 원리예요.


레스토랑 알렌의 요리

보통 프랑스에서는 식사 초반에 빵이 등장하지만, 알렌에서는 3~4번째 요리와 함께 제공해요. 크리미한 소스를 곁들인 요리와 내기도 하고, 유산균 발효 버터 혹은 계절마다 냉이, 감태, 옥수수 등의 재료를 활용한 버터를 함께 내요.


 

치즈플로(Cheese Flo) - 치즈

셰프의 공력이 곧 맛으로 구현되는 아티장 푸드에 집중해온 조장현 셰프는 어느덧 13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치즈 생산자다. 한남동의 치즈 전문 레스토랑 ‘치즈플로’와 파주의 치즈 생산 법인 ‘더 플로’를 통해 국내산 아티장 치즈를 선보이고 있다.


치즈의 발견

치즈는 인류가 만든 가장 복잡하고 위대한 식품이라 생각해요. 자연에서 얻은 우유에 발효와 숙성이라는 미생물 활동과 긴 시간에 걸친 인간의 손길이 더해지고, 그 맛에 시대와 지역 특성이 반영되며 수많은 반복과 우연이 겹쳐 탄생하는 식품이니까요. 그만큼 최고 품질의 치즈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점도 특별하고요.


만드는 법

경기도 파주에 있는 목장에서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우유를 저온 살균하고, 응유 효소와 곰팡이균을 첨가해 여러 종류의 치즈를 만들고 숙성시킵니다. 페타, 모차렐라, 스트라치아텔라, 부라타, 할루미 같은 신선 치즈를 비롯해 워시드린드, 블루, 브리 등의 10여 가지 치즈를 생산해요.


좋은 치즈의 특징

유당 분해 발효 과정에서 생긴 자연스러운 산미, 단백질과 지방이 분해되면서 더욱 풍부해진 맛과 풍미가 느껴져야 해요.


치즈플로의 요리

얼린 염소 치즈에 배를 같이 내거나 빵과 샤르퀴트리, 채소를 곁들인 부라타 샐러드 등 치즈와 부재료가 맛의 상승 작용을 일으키도록 페어링한 메뉴를 비롯해, 스트라치아텔라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처럼 치즈가 요리의 맛과 질감에 완성도를 높여주는 메뉴들을 맛볼 수 있어요.


 

기가스(Gigas) - 한련화

최근 미슐랭 1스타와 그린스타 레스토랑에 동시에 선정된 ‘기가스’는 유럽 유수의 레스토랑에서 팜투테이블 문화를 체득한 정하완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다. 최소한의 조리로 식재료 고유의 향과 식감을 살린 지중해식 요리는 모두 셰프가 텃밭에서 재배한 채소를 사용해 더욱 특별하다.


땅이라는 경쟁력

제가 나고 자란 경기도 군포의 부모님 댁에는 3대째 가족 텃밭으로 쓰여온 마당이 있어요. 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켜진 종택의 텃밭이기에 제초제나 화학비료에 오염되지 않은 무수한 미생물이 살고 있어 무엇을 심든 정말 맛있고 향이 좋아요. 좋은 땅에서 천천히 키운 농작물은 풍미가 강하고 농밀한 맛이 나거든요.


농사짓는 셰프

텃밭을 ‘와니농장’이라 이름 짓고 각종 잎채소와 허브, 딸기, 콩, 꽃 등 수십 종의 작물을 재배하고 있어요. 레스토랑 휴무일에 농사를 짓고, 한 주간 사용할 채소를 수확해 요리로 선보입니다.


여름의 한련화

2월에 씨를 심어 싹을 틔우면 3월 말이나 4월 초에 텃밭으로 옮겨 심어요. 초여름부터 피어나는 꽃을 가을까지 꾸준히 따서 즐길 수 있어요.


꽃의 맛

한련화는 무처럼 알싸한 매운맛이 도드라지면서 동시에 단맛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에요.


기가스의 요리

지금 계절에는 한련화로 만든 비네거 셔벗에 황금향 사바용 소스, 소렐 셔벗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그 위에 한련화를 올린 요리를 맛볼 수 있어요. 감귤류의 시트러스 향과 한련화의 알싸하고 달큰한 맛이 기분 좋게 어우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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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 김주혜

Photographer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