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에 진심인 편


 

책을 고르는 방식부터 읽기까지 모두 달라진 지금, 유튜버 ‘밍찌’는 그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하고 있다. 맞춤법에서 출발한 그의 채널은 이제 독서와 교양을 안내하는 길잡이가 되었다.




유튜브에서 ‘밍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차민진은 국어를 새삼스럽게 매혹적인 분야로 바꿔놓았다. 고려대 미디어학부를 졸업하고 국어교육 석사과정을 밟으며 대치동 국어 강사로도 활동했던 그는, 강단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언어를 생활 속 콘텐츠로 끌어냈다.


‘밍찌채널’은 처음엔 맞춤법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짧은 영상으로 주목받았다. 현재는 독서 추천과 시사 상식, 교양까지 아우르며 약 39만 명의 구독자를 모으고 있다. 정확한 맞춤법 지식과 다양한 책을 추천하는 밍찌채널의 영상 속에서 젊은 세대의 새로운 독서, 공부 방식을 가늠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쇼츠 속 맞춤법 강의 영상으로 밍찌님을 처음 봤어요. 본래 언어 관련 지식, 콘텐츠에 관심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국어 콘텐츠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원래 꿈은 방송기자였고, 미디어학부에서 공부하며 국문학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졌습니다. 졸업 후 국어 강사로 데뷔했는데, 성적과 입시에만 집중해야 하는 현실이 제 성향과는 맞지 않았어요. 교육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공부하며 고민을 이어갔고, 결국 유튜브에 생활 속 국어 지식을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쇼츠로 짧게 맞춤법을 다루자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맞춤법이라는 게 누군가 지적하면 겸연쩍기 마련인데, 콘텐츠는 재미있게 다가왔어요. 특히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처음엔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기하급수적으로 조회수가 늘었어요. 30~50대 시청자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확장성을 느꼈어요. 댓글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죠. “내가 잘못 쓰고 있었구나”라는 놀람과 “말만 통하면 되지”라는 태도, 이런 상반된 반응이 재미있어 계속 만들게 됐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맞춤법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맞히다’를 기억하기 쉽게 “정답 맞히면 히히히 웃는다”라고 설명했는데, 그대로 외워 사용해보겠다는 댓글이 많았어요. 제가 만든 팁이 생활 속에서 바로 활용될 때 큰 보람을 느꼈죠.


 

최근엔 출판계 이슈나 사회적 논란까지 다루고 있어요.

맞춤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입시 강의처럼 일방적인 강의가 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국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토론, 논술, 사회 이슈 같은 교양 영역으로 넓혔어요.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균형 있게 보여주려 했고, 시사 용어 풀이나 책 추천까지 확장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맞춤법에 진심인 편»도 출간했어요. 유튜버, 강사, 작가까지 세 가지 직업이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했어요.

각각의 직업에서 제가 느끼는 단점을 서로 보완해주는 듯해요. 입시 강의로 느끼는 답답함을 유튜브가 해결해주고, 유튜브의 콘텐츠적 휘발성을 책이 보완해주는 식이에요. 또 글만 쓰다 답답한 부분은 영상으로 풀 수 있고요. 덕분에 지속적인 동력을 얻고 있어요.


 

독서와 책 추천 콘텐츠도 많더라고요. 어린 시절에도 책을 즐겨 읽었나요?

책 자체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했어요. 제가 어렸을 때는 지금과 달리 OTT가 없으니 재밌는 이야기를 찾아 집 앞 도서관에 동생과 함께 가곤 했어요. 그 덕에 그때 읽었던 이야기들을 꺼내 소개할 수 있게 됐죠. 재밌는 사실은 현재 동생도 웹 소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거예요.


 

하나의 유희 활동처럼 느꼈군요.(웃음) 그때와 지금의 독서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요? 독서 콘텐츠를 만든 크리에이터로서 느끼는 동시대적인 읽기는 어떤 형태인가요?

책을 읽는 방법보다 책을 고르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예전엔 ‘책을 읽어야지’에서 출발했다면, 지금은 ‘필요한 콘텐츠가 책 안에 있네’라며 접근합니다. 책 자체보다 콘텐츠에 먼저 끌리는 거죠. 그래서 책 추천 영상이 큰 인기를 끄는 이유이자 독서를 권하는 데 효과적인 콘텐츠라고 봐요. 또한 요즘 독서는 원하는 부분만 발췌해 소비하는 경우가 많아요. 드라마나 영화를 요약한 영상을 시청하는 것과 비슷하죠. 다만 이런 방식이 작가가 의도한 호흡과 구조를 따라가야만 얻을 수 있는 감상의 경험을 줄여 아쉽기도 해요. 하지만 시대적 흐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면도 있다고 봅니다.


 

기억에 남는 구독자 반응이 있나요? 

제가 추천한 책이 도서관 대출 순위나 전자책 플랫폼에서 상위권에 오를 때죠. 이따금 “언니 때문에 도서관 대출이 힘들다”며 “미리 귀띔해주면 안 되냐”는 귀여운 투정의 댓글도 기억이 나네요. 최근에는 공포소설을 으스스한 BGM과 맞춰 추천했더니 전자책 플랫폼 순위가 바뀌기도 했어요.


 


독서 루틴도 궁금해요. 다양한 활동을 하는 동시에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잖아요. 바쁜 일상 중 독서 시간을 어떻게 마련하나요?

신간보다는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꺼내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를 키우며 절대적 독서 시간이 줄었거든요. 등원길, 집안일 사이, 잠들기 전 10분 등 짧게 짧게 ‘야금야금 읽기’를 하죠. 긴 소설은 종이책과 전자책을 오가며 읽는 방식을 선호해요. 대신 전자책과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TTS(TextTo-Speech) 서비스를 적극 활용합니다.


 

그럼에도 종이책으로만 할 수 있는 경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전자책은 비선형적이지만, 종이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구조를 체득하며 읽을 수 있어요. 또 책장을 넘기는 소리와 냄새, 읽었던 공간까지 다양한 기억이 책 한 권의 물성과 함께 남죠. 책장에 꽂힌 책을 볼 때면 어디서 읽었는지, 그때의 기분은 어땠는지 아련하게 떠오르잖아요. 그래서 종이책은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 기념품 같은 경험을 준다고도 느껴요.


 

최근 인기 있는 동시대 문학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있나요?

시는 형식을 깨는 기발한 시도가 많아져서 흥미롭게 보고 있어요. 반대로 소설은 흥미 위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문학의 다양성이 유지되었으면 합니다. 흥미 위주의 서사도 좋지만, 예전처럼 차근차근 사상과 사유를 쌓아 올리는 소설이 줄어드는 건 조금 아쉬워요.


 

삶에 흔적을 남긴 한 권의 기념품을 꼽아본다면요?

사실 ‘인생 책’이라는 표현은 좋아하지 않아요. 아직 읽을 책이 많으니까요. 그래도 삶에 큰 영향을 준 책을 꼽으라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예요. 인간의 감정과 선택조차 유전자의 전략일 수 있다는 관점을 접하며 삶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졌고,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시도할 용기를 얻었어요. 또 한 권을 꼽자면 천명관의 «고래»입니다. 줄거리보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에 압도당했어요. 변사처럼 만담을 늘어놓는 듯한 화자의 목소리, 눈앞에 그려지는 생생한 이야기가 참 좋았어요. 재밌는 이야기를 찾아 늘 헤매는 제 갈증을 해갈해준 책이랄까요? 지금 제가 유튜브와 글쓰기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며 살아가는 길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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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유승현

Photographer 강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