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독가의 책장
책장은 곧 그 사람의 세계이자 우주다. 사고의 지평,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 삶을 향한 따뜻한 온정과 위트를 지닌 탐독가들의 서가는 그 자체로 큰 영감을 준다.
작가&일하는 페미니스트 커뮤니티 ‘뉴그라운드’ 대표
김키미 & 황효진
책장 콘셉트
손님맞이 책장. 요리 준비가 한창일 때 “집 구경 좀 하고 계세요” 할 수 있도록 거실 책장에 사진집, 그림책, 요리책, 잡지, 독립출판물 등을 모아뒀다.
아끼는 책
페미니스트로서 새로운 공동체를 상상하게 하고, 건강하게 일하는 법을 고민하게 하는 책들을 즐겨 읽는다. «커밍 업 쇼트» «에이징 솔로» «흠결 없는 파편들의 사회»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를 추천하며, 글쓰기를 위한 «상황과 이야기»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도 곁에 두고 있다.
책 고르는 기준
두고두고 다시 찾을 이유가 있거나 주변에 권하고 싶은 책을 고른다.
요즘 즐겨 읽는 책
최근에는 탐조 취미가 생겨 «한국의 새» «참나무 6형제 야외도감» «새소식» 같은 자연서를 즐겨 본다.
나에게 책이란
김키미 공부 친구. 즐겁지만 때로는 피하고 싶다가도 결국 다시 만나게 되는.
황효진 대화 상대. 공감하거나 배우고, 때로는 격렬히 반박하기도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서비스센터’ 대표
전수민
책장 콘셉트
책을 키우는 온실. 햇빛이 닿는 칸에는 변색에 덜 민감한 책들을, 안쪽으로 갈수록 소중히 아끼는 책들을 배치했다. 에세이·문학·잡지, 비즈니스·음악, 디자인·미술, 건축·패션·전시도록 순으로 나눠 꽂지만, 결국 첫 번째 기준은 ‘빛 차단’이다.
아끼는 책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류시화 시인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군 복무 시절, “So we beat on…”으로 시작하는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문장은 현실을 비추었고, “날아가는 새는 뒤돌아보지 않는다”라는 시구는 그 현실을 바꾸어놓았다. 두 문장은 지금까지도 삶을 지탱하는 문장이다.
책 고르는 기준
특별한 기준은 없지만, 한 권이 또 다른 책을 불러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즐긴다. 책 속에서 언급된 저작이나 주제가 눈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다음 책으로 이어지고, 예상치 못한 분야로 확장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뜻밖의 연결이 가장 큰 재미다.
요즘 즐겨 읽는 책
최근에는 호텔 관련 서적에 빠져 있다. 전 세계 호텔의 인테리어 사례집부터 서비스 철학과 운영 노하우까지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호텔을 단순한 숙박 공간이 아닌 ‘경험을 디자인하는 장소’로 바라보게 되었다. 출장 중 로비와 라운지를 관찰하며 책 속 사례와 비교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나에게 책이란
일종의 사교육. 일 년 치 책값은 곧 학비라고 생각한다. 책장 속 모든 저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나를 가르쳐준 선생님들이다.
북 크리에이터, 댄서
쩜
책장 콘셉트
옷방에서 책방으로 재탄생한 공간. 박찬욱 감독의 각본집과 아카이브, 사진집 등 불이 난다면 가장 먼저 들고 나올 보물 같은 책으로 가득하다. 그 아래에는 민음사와 현대문학 출판사 책들이 꽂혀 있고, 오른쪽에는 색깔별로 정리된 책들이 놓여 있다.
아끼는 책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대학 시절 공강 시간에 우연히 서점에서 집어 든, 처음으로 스스로 구입한 책이다. 결말을 다 알고 있어도 버릴 수 없는 특별한 책이다.
책 고르는 기준
현대 작가의 책은 신중하게 고르지만, 고전 작가의 책은 주저 없이 구입한다. 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들이기에 혹평이든 호평이든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즐겨 읽는 책
상황에 따라 병렬 독서를 즐긴다. 카페에서는 추리나 스릴러처럼 짧고 강렬한 책을, 집에서 심상에 잠기고 싶을 때는 해외 작가의 고전 작품을 곁에 두고 깊이 몰입한다.
나에게 책이란
곧 ‘나’다. 내 안에는 여백과 텍스트가 많고, 언젠가 그것들을 직접 써 내려가고 싶다.
‘법무법인 우승’ 대표 변호사
박형남
책장 콘셉트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책장. 늘어나는 책을 정리하려고 한 달 전 레일 책장을 구입했지만 아직 장르별로 나누지도 못한 채 남아 있다.
아끼는 책
16세기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철학자, 법관이었던 미셸 드 몽테뉴의 «에세». 서른여덟 살에 은퇴 후 서재에 칩거하며 삶의 실존적 문제를 곱씹고 자신을 진솔하게 드러낸 몽테뉴의 글은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아는지, 어떻게 살아갈지’를 꾸준히 묻게 한다.
책 고르는 기준
국내 책은 저자만의 생각과 아이디어, 번역서는 번역자의 후기나 전문가 추천 글을 살핀다.
요즘 즐겨 읽는 책
시장경제를 거시적으로 조망한 «20세기 경제사»와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
나에게 책이란
세상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친구.
‘서윤정회사(SYJHOESA)’ 대표, 작가
서윤정
책장 콘셉트
눈이 즐거운 책장. 1층 공간의 가장 큰 벽 전체를 차지하는 책장에 책과 어울리는 오브제, 작품들을 함께 배치해 시각적으로 흥미롭고 아름답게 꾸몄다.
아끼는 책
아트북 출판사 카이에 다르(Cahiers d’art)에서 출간한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8년 전 파리 팔레드도쿄에서 구입한 책으로 표지가 독보적으로 아름다워 언제나 책장의 주인공처럼 빛난다.
책 고르는 기준
책의 디자인은 중요한 요소지만, 내용이 관심사와 맞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
요즘 즐겨 읽는 책
존 데리안의 그림책. 두 권을 한 세트로 묶은 방대한 책 속에는 그가 수집한 고전적이고 정밀한 이미지들이 가득하다. 단순하고 모던한 작업을 해온 나에게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나에게 책이란
기념품. 여행지에서 산 책은 시간이 흘러도 당시의 기억을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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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오한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