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의 잘못된 만남
비하인드 스토리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내란 특검 수사 소식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금품 수수 및 매관매직에 관여한 기업, 종교계까지 줄줄이 소환되는 중이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수감되는 비극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내가 다시 내 남편하고 살 수 있을까, 다시 우리가 만날 수 있을까.” 민중기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가 구속 이후 첫 조사에서 남겼다고 알려진 말이다. 남편인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계엄 사태 이후 내란 혐의로 이미 구속된 상태이고, 김 여사 또한 각종 의혹으로 특검 수사를 받고 구속됐다.
헌정사상 전직 대통령 부부가 구속된 일은 처음이다. 우리 역사의 큰 오점일 수밖에 없다. 김 여사는 이제는 더 이상 윤 전 대통령과 부부의 인연을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직감했을까?
검사 윤석열을 특수통으로 만든 현대차 비자금 수사의 진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잘 알려졌다시피 9수 끝에 검사에 임용됐다. 사법시험 공부보다는 야구 동아리 활동이나 술 한잔 마시면서 어울리기 좋아했던 탓이다. 아버지인 윤기중 교수조차 “저 녀석은 법조계와는 인연이 없나”라며 걱정했다고 한다.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때의 나이가 서른한 살. 사법연수원 23기였던 윤 전 대통령은 늦은 나이에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동기들 사이에서 큰 형님처럼 여겨졌고, 먼저 검사 생활을 시작한 서울대 법대 후배들도 존댓말을 썼다고 한다. 그만큼 보스 기질이 다분했다고 봐야 할까.
2002년에서 2003년 사이 잠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를 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윤 전 대통령은 검사 외길을 걸었다. 그리고 운도 따랐다. 윤 전 대통령이 이름을 알린 사건은 현대차 비자금 수사. 대검 중수부는 비자금 장부가 숨겨져 있던 비밀 장소를 찾아내 정몽구 당시 현대차그룹 회장을 구속했고, 이 장소를 찾아낸 사람이 당시 중수부 연구관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었다. 수사팀은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채동욱 수사기획관-최재경 중수과장(현 삼성그룹 고문)이었고, 그 수사팀에 한동훈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세간에 알려진 내용과 다른 것이 있다. 현대차 비자금 첩보를 입수한 사람이 윤 전 대통령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사건 직전 윤 전 대통령은 고양지청으로 발령이 난 상태였다. 윗사람에게 잘못 보여 사실상 좌천성 인사였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낙담할 수밖에 없었고, 학업에도 뜻이 없었다. 그런데 당시 함께 있던 김 모 검사가 귀가 솔깃한 제보를 입수했다. 그것이 바로 현대차 비자금 첩보였다. 첩보는 대검으로 보고됐고, 대검 중수부는 수사 개시를 앞두고 김 검사를 파견 형식으로 대검으로 부르려 했다. 하지만 김 검사는 고사하고 대신 형님처럼 모시던 윤 전 대통령을 추천했다고 한다.
이런 내막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은 대검 연구관으로 복귀했다. 그 이후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삼성 특검(2007년·이복현 전 금감원장도 참여), BBK 특검(2008년), 저축은행 비리 수사(2011년) 등에 차례로 참여하며 이른바 ‘특수통’으로 화려한 경력을 쌓아갔다.
김건희를 만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화려한 날을 보내던 윤석열은 쉰두 살이 되던 해인 2012년 12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김건희와 결혼을 했다. 둘을 이어준 사람은 한 스님이었다. 이 스님은 최근 거론되는 천공이나 건진이 아닌 제3의 인물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스님은 아니라고 알려져 있다. 첫 만남에서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가 마음에 들었지만 나이 차이 때문에 포기했다. 김 여사가 준 명함도 버렸다. 하지만 명함을 버리기 전에 통째로 외웠던 이메일 주소로 연락해서 두 사람의 인연은 극적으로 맺어졌다고 한다.
김 여사는 과거 인터뷰에서 “나이 차도 있고, 오래전부터 그냥 아는 아저씨로 지냈다”며 “남편이 가진 돈이 2000만 원밖에 없어서 망설였는데 내가 아니면 이 사람이 결혼하지 못할 것 같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남편에게 들었던 말 중 가장 감동받은 것은 “평생 집밥 해줄게”라고 한다. 당시 결혼식은 윤 전 대통령이 근무하던 대검찰청에서 열렸고, 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후문에 따르면, 하객의 대다수가 윤 전 대통령이 정말 결혼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하는 지인들이었다고. 그만큼 당시 두 사람의 결혼을 주변에서 반대를 많이 했다는 것. 부모조차 결혼을 반대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윤석열의 검사 후배들도 반대했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여기서 알려지지 않은 사실 하나 더.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를 만나기 전에 결혼으로 맺어질 뻔한 여성이 있었다고 한다. 해외 명품 업체의 고위 임원이었고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여성은 결혼은 좋지만 아이를 낳을 생각은 없었는데, 윤 전 대통령과 그의 윗사람과 우연히 함께한 자리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함께 나온 윤 전 대통령 윗사람이 “왜 아이를 안 가지려고 하느냐”며 여성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이 일이 발단이 돼 결국 두 사람이 헤어졌다는 것. 이때 동석했던 윤 전 대통령의 상관 본인은 윤 전 대통령과 가깝다고 주변에 얘기하지만 정작 윤 전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남편은 불통 아내는 명품 중독, 그 끝은?
윤 전 대통령은 특수통으로 잔뼈가 굵었지만 부침도 많았다. 특히 지금의 그를 있게 한 한마디,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 국정원 댓글 수사로 또 한 번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박근혜 정권 당시 대검 중수부는 국정원 직원들이 온라인 댓글 활동을 통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게 됐고, 이 때문에 정권의 눈 밖에 난 것이다.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도 혼외자 사건이 터지면서 옷을 벗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가 벌어지면서 오히려 이 일은 전화위복이 되었다. 윤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으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들어 윤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윤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을 반대했지만, 문 전 대통령이 양정철의 추천을 받아들여 밀어붙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시절에 후배 검사들은 밤늦게 윤 전 대통령 집에 가서 보고하곤 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 옆에 앉아서 같이 들으려 했고, 검사들은 “형수님 곧 끝납니다” 하고 자리를 비켜달라 요청했다는 것. 하지만 김 여사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도 곧 다시 돌아와 동석하는 일이 잦았고, 검사들은 그런 행태를 크게 불편해했다. 참다 못한 검사들이 에둘러 눈치를 줘도 윤 전 대통령은 모른 척했다고 한다. 대통령 재임 당시 야당의 김건희 특검 요구를 끝끝내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이러한 관계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이러니한 건, 이러한 ‘불통’ 기질이 그를 권력의 꼭대기까지 올려놓았다는 점이다. 검찰총장에 오른 윤 전 대통령은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로 문재인 정부와 완전히 사이가 틀어졌고, 그 일을 기화로 정치권에 몸을 던져 20대 대통령으로 등극했다.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성정이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치면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하지만 자신이 권력을 잡은 이후에는 아끼는 후배였던 한동훈과 틀어졌고, 술과 보수 유튜버에 사로잡히며 누구의 말도 듣지 않은 ‘불통’ 대통령이 되어버렸다.
그러는 사이 김 여사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졌다. 대표적인 일이 바로 명태균 사건이다. 이를 통해 김 여사의 총선 공천 개입 정황이 드러났다. 조국 수사를 담당했던 김상민 전 검사가 창원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으나, 김 전 검사는 당내 경선을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했다. 매관매직 정황도 고구마 줄기 엮듯 터져 나오고 있다. 서희건설로부터는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 대가로 서희건설의 첫째 사위인 박성근 전 검사를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에 임명되도록 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윤 전 대통령이 다른 건 모르지만, 일 잘하는 검사와 일 못 하는 검사는 잘 구별한다. 그런데 박 전 검사는 검찰에서 그렇게 두드러진 인물이 아니었다. 그런 인물이 총리 비서실장으로 갔다면 누구나 의심을 한다.” 김 여사는 대통령실에 로봇 개를 납품했던 업체 관계자로부터 3000만 원이 넘는 바셰론 콘스탄틴 시계를 받았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김 여사가 사달라고 해서 사줬는데 돈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말이다. 여기다 통일교로부터는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백을 받았다는 의혹도 포착되었다. 관련 사실과 추악한 민낯은 지금도 연일 쏟아지는 중이다.
이로써 김 여사가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각종 인사에 개입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해 정권까지 잡은 운명 공동체였지만 계엄 사태로 두 사람은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영어의 몸이 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윤석열 #김건희 #내란특검
Editor 주부생활 취재팀
Courtesy of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