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의 승부를 걸다
저저에서 함께 일하며 도움을 주고 있는 친구와 이준호 셰프
불시에 찾아오는 삶의 고난에도 좌절할 틈 없이 다시 일어서야 하는, 가장이라는 영웅들에게 시장은 기꺼이 그 자리를 내어준다. 지난해 인현시장에 문을 연 ‘저저’와 40년 된 노포 ‘산수갑산’은 인현시장 인쇄소 골목에서 돼지국밥을 판다는 것 외에도 닮은 점이 많다.
인현시장 저저 이준호 셰프
일찌감치 요리사의 길을 걸어오며 실력을 쌓았고 자신도 있었지만, 이태원 참사와 계엄, 투자자의 사업 실패 같은 어려움이 잇달아 찾아와 힘든 시기를 겪었던 그가 찾은 돌파구는 시장이었다. 이름난 노포보다 맛있는 돼지국밥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로 문을 열었고, ‘더티코리안’이라는 이름으로 매일같이 짧은 릴스를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인현시장에 자리한 ‘저저’에 가면 점심에는 이준호 셰프의 노하우가 담긴 돼지국밥을, 저녁에는 어느덧 5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보유한 그의 릴스에 나올 법한 이국적인 풍미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이국적인 느낌의 저저 간판과 외관
여러 시장 중에서도 인현시장에 가게를 연 이유가 궁금해요.
경기는 좋지 않고, 가장으로서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니까 시장통으로 들어가 사람들이 매일 먹는 일상 음식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러다 오게 된 인현시장 근처에 유명한 국밥 가게가 있었고, 제가 하고 싶던 일상적인 메뉴이기도 해서 스스로 그 가게를 라이벌로 여기면서 메뉴를 개발하고 저저를 열게 되었어요.
저저는 근처의 유명한 돼지국밥집과 비교해 어떤 점에서 경쟁력이 있나요?
일단 정말 맛있어요. 저저에는 순대나 모둠 메뉴가 없으니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요리사의 관점으로 기존과 다르게 국밥을 만들거든요.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냄새가 나지 않게 하는 거에요. 미나리를 올리기도 하고, 고추기름에 산초를 넣어 곁들이는 식으로 맛의 균형이 잡히도록 여러 과정을 더했어요.
잡내 없이 깨끗한 풍미에 미나리와 산초 기름 등으로 맛을 끌어올린 저저의 돼지국밥
손님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시장 사람들도 많이 오나요?
인쇄소 골목 분들은 워낙 보수적이어서 새로운 스타일의 국밥집에 자주 오시지는 않아요. 대신 인근 회사에 다니는 젊은 직장인들 중에서 꾸준히 찾아주는 사람이 생기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시장에 가게를 연 것을 보면 좋았던 기억이 있었나 봐요.
아버지 고향이 뚝섬 쪽이라 어릴 때 명절 같은 날이면 노룬산시장에 한 번씩 놀러 갔었어요. 시장에 에디터 가면 아버지 친구분들이 많이 계셔서 용돈도 받고, 하시는 가게에 들어가서 놀다가 간식도 얻어 먹던 기억이 있죠.
적당한 테이블 간격에 깨끗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가게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빕구르망을 받고 싶어요. 전통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저희 돼지국밥이 정말 맛있다면 빕구르망을 받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릴스도 계속 만들어야죠. 릴스 제목이 더티 매그(Dirty Mag)인 이유가 궁금해요.
음식이 맛있을 때 “아 진짜 더럽게 맛있다”라고 말하기도 하잖아요. 저는 그 말이 단순히 ‘맛있다’보다 한층 더 강렬한 표현이라고 느껴요. 그래서 제 요리의 슬로건도 ‘더티 이즈 더 뉴 딜리셔스(Dirty is the New Delicious)’라고 지었죠. 저저의 국밥을 먹은 손님들이 바로 그런 느낌을 받기를 바라고요.
#저저 #인현시장 #돼지국밥 #이준호셰프 #주부생활 #주부생활매거진
Editor 김주혜 Photographer 박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