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는 왜 해방촌으로 갔을까

이제 웬만한 협업은 그다지 놀랍지도 않은 서울에서 등장과 동시에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킨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코카-콜라와 해방촌 신흥시장의 만남이다. 시대를 대변하는 아이콘이 된 코카-콜라는 비좁은 시장의 골목길에서 무엇을 발견한 걸까.
한국 코카-콜라

1953년에 형성된 이후 ‘해방촌시장’으로 불리어온 신흥시장은 실향민과 예술가, 다양한 국적의 노동자들이 터전을 잡아온 해방촌에 자리하고 있다. 저마다의 사연과 서로 다른 문화를 지닌 지역 주민들은 이곳에서 먹거리와 생필품을 구매하며 오래도록 삶의 터전을 일궈왔고, 지금은 ‘서울의 숨은 보석’이라 불리며 연일 사람들로 북적인다. 신흥시장이 품은 이야기가 상상력의 발단이 되었을까. 단순한 브랜드를 넘어 시대를 초월한 아이콘으로 거듭난 코카-콜라가 신흥시장과 함께 새로운 미식 문화를 선보인다는 소식은 모두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공개된 ‘코카-콜라×신흥시장 프로젝트’는 예상대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코카-콜라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신흥시장의 골목은 문화와 문화의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 경계 없는 상상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코크앤밀(Coke & Meal) 캠페인의 일환으로 ‘코카-콜라×신흥시장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우선 코크앤밀 캠페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나의 미식 파트너’라는 메시지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더욱 즐겁게 경험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일종의 브랜드 캠페인이에요. 일상의 한 끼부터 특별한 식사 자리에서도 코카-콜라가 언제나 미식 파트너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국내에서는 ‘레드리본 전국의 맛집’ 리스트 공개, 셰프와의 협업으로 스페셜 메뉴를 선보인 ‘레드리본 위크’, 해방촌 신흥시장 브랜딩 협업 등을 통해 선보인 바 있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코카-콜라 브랜드를 감각적으로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코크앤밀(Coke & Meal)’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노가리공장’ 창고 거울 포토존미식 트렌드에 코카-콜라가 자연스럽게 스미도록 하는 것이군요. 그렇다면 맛집, 셰프에 이어 전통시장에 주목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코카-콜라×신흥시장 프로젝트’는 단순한 브랜딩을 넘어 요즘 세대가 즐기는 새로운 미식 문화를 반영하는 시도예요. 신흥시장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옛것의 정취를 간직하면서도 새로운 세대에게는 로컬 문화를 가장 힙하게 즐길 수 있는 무대로 떠오르고 있어요. 전통성과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고, 글로벌 메뉴와 로컬 맛집이 한데 모여 있는 다이닝 핫 플레이스죠. 과거와 현재, 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이를 다채롭게 즐기는 소비자들이 한데 어우러진 신흥시장이야말로 코카-콜라가 꾸준히 전하는 메시지 ‘음식과 함께 즐기는 순간’에 완벽히 부합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추구하는 ‘글로벌하면서도 로컬에 스며드는 미식 경험’과 잘 맞아떨어지기도 하고요. 신흥시장의 독창성과 코카-콜라의 브랜드 상징성을 연결해 과거와 현재, 로컬과 글로벌을 아우르는 새로운 경험을 제안할 수 있다고 판단했죠. 해방촌이라는 지역적 맥락 역시 코카-콜라의 역사성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판단했어요. 또 하나, 음식과 식사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하나라는 점에서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골목 전체와 장기적으로 호흡하는 데 중점을 두었어요. 결국 그것이 차별화를 이끈 것 같아요.
코카-콜라와 신흥시장의 연결점, 혹은 공통점이 있다면요?
코카-콜라와 신흥시장 모두 역사가 오래되었고, 클래식과 힙이 공존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모두가 알다시피 코카-콜라는 14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글로벌 브랜드예요. 신흥시장은 세대와 세대를 이어온 생활의 무대고요. 모두 오랜 세월을 품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흡수해 지금 세대에게도 신선하게 다가간다는 점에서 유대감이 있는 것 같아요. 클래식한 동시에 힙하게 느껴지는 이중적인 매력이 신흥시장과 코카-콜라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지점이죠.
오랜 세월 신흥시장의 터줏대감으로 자리한 ‘다모아식당’ 곳곳은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는 빈티지 무드로 장식했다.
골목 전체에 걸친 작업이라 준비 기간도 상당했을 것 같아요.
단순히 브랜드 로고를 붙이는 수준의 팝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반년 넘게 준비하며 차근차근 다듬어 나갔어요. 수시로 현장을 방문하면서 점포별 분위기와 특성을 살펴보고, 점주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의견을 조율했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기존 공간과 레스토랑의 개성이나 특징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코카-콜라가 원래 시장에 함께 있었던 것처럼 녹아드는 고도화된 브랜딩을 구현하는 것이었어요. 기존 공간의 분위기를 해치는 대형 구조물이나 장치 대신 신흥시장과 잘 어울리는 간판과 소품, 디테일한 그래픽을 곳곳에 더해 공간 전체의 톤을 맞추는 작업에 시간을 많이 쏟았습니다. 모든 공간이 완성된 뒤 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신흥시장을 찾는 새로운 재미가 생겼다”고 반응해준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말 그대로 정말 큰 보람을 느꼈죠. 저희가 의도한 대로 단순한 이벤트로 다가간 것이 아니라, 신흥시장과 코카-콜라가 서로 어우러지고 공존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코카-콜라 브랜딩이 절묘하게 녹아든 ‘해방촌수제돈가스’
신흥시장에 모여 있는 레스토랑 각각의 개성을 유지한 채 전체로 보면 코카-콜라를 통해 절묘하게 어우러지도록 한 점이 특히 인상 깊어요.
협업 레스토랑들은 제각기 다른 개성의 맛과 볼거리가 풍성해요. 예를 들면, 신흥시장 입구 전면에 자리한 ‘오리올 남산유원지점’은 외관부터 내부까지 곳곳에 코카-콜라의 요소를 반영해 마치 작은 ‘코카-콜라 타운’에 온 듯한 분위기로 연출했어요. 파티 음식 같은 이탈리아 요리를 즐기며 코카-콜라를 곁들이다 보면 흥취가 더욱 살아나죠. 시장의 터줏대감 같은 한식당 ‘다모아식당’은 세월이켜켜이 쌓인 분위기를 살려 공간에 빈티지 무드를 자연스럽게 더했어요. 미국식 중화요리점 ‘H5NG’를 비롯한 여러 레스토랑에는 대표 메뉴의 국적에 따라 일본어, 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쓰인 코카-콜라 로고를 배치하고요. 마치 해외 어느 골목에 온 듯 여권 없이 즐기는 다국적 미식 경험의 재미를 더하려는 시도였죠. 시장 골목 자투리 공간도 그냥 비워두지 않았어요. 거울을 활용한 포토존, 골목을 환하게 비추는 네온사인 간판 등 사진을 찍고 싶은 장치들을 곳곳에 숨겨두었어요. 발길 닿는 곳마다 작은 발견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시장을 거니는 순간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자 추억이 되도록 세심히 신경 썼어요.
다양한 요소로 세심하게 공간 브랜딩을 한 코카-콜라. 붉은 벽돌을 그대로 살린 벽화도 만날 수 있다.
달라진 신흥시장에 방문한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길 바라나요.
단순히 식사나 제품 소비에 머무르지 않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재미있는 장면, 맛있는 순간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요. 숨은그림찾기처럼 곳곳에 배치한 코카-콜라의 요소들을 발견하는 것도 재미있을 거고요. 한 끼의 식사를 넘어 시장 전체가 경험의 공간, 즐거움의 무대로 확장되는 느낌을 만끽하기를 바라요.
신흥시장 내 상인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우선 코카-콜라가 시장 전체 그리고 각 매장의 개성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매력을 더해주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시는 것 같아요. 방문객들이 코카-콜라의디자인 요소를 발견하며 재미있어하고 시장에 더 오래 머무는 모습에서 협업의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는 피드백도 받았죠. 이번에 화제가 된 곳 중 하나인 미국식 중화요리 레스토랑 ‘H5NG’ 홍석우 대표는 이렇게 말해주기도 했어요. “미국식 중화요리점의 특성을 살려 중국어로 된 ‘코카-콜라’ 간판을 전면에 설치하고 곳곳에 디자인 디테일을 더했는데, 중화요리가 워낙 코카-콜라와 잘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코카-콜라를 주문하는 손님이 많아졌어요. 코카-콜라의 특별한 느낌이 식당과 잘 어우러져서 더욱 시너지를 내는 것 같아요”라고요. 단순히 코카-콜라를 알리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너지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매우 뿌듯했어요.

각 레스토랑의 개성과 공간에 절묘하게 녹아든 코카-콜라 로고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네요.
맞아요. 저희가 목표를 삼은 것 중 하나도 ‘윈윈’이에요. 이번 협업으로 신흥시장은 골목 자체가 새로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오래된 정취는 그대로 살리되 곳곳에 감각적인 디테일을 더해 ‘골목이 더 재미있어졌다’는 반응이 많죠. 시장에 자리한 식당들은 고유의 개성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손님을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고요.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시장 전체가 더 활기를 띠고 방문자들이 더 오래 머물며 즐기는 장소가 됐어요. 시장은 원래 이렇게 사람들이 모이고 북적거리고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발견하는 곳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시장은 여전히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품은 공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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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희성
📷 한국 코카-콜라(@cocacola_korea)